국내 기업의 그린워싱 실태 조사 결과 41%가 ‘그린워싱’ 게시물을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그린워싱이란 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하거나 관련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내 기업의 그린워싱 실태 조사 결과 41%가 ‘그린워싱’ 게시물을 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발표한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인스타그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 399개 가운데, 165곳이 지난 1년간 그린워싱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그린워싱이란 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업을 하거나 관련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뜻한다.
그린피스는 497명의 시민과 함께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한 76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은 2886개 소속 회사 가운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하고 실질적으로 계정을 운영하는 회사를 399개로 추려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4~6월 두 달간의 조사 결과, 2022년 4월1일부터 2023년 3월31일까지 1년간 게시된 게시물 가운데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업로드한 기업은 165곳(41.35%)으로 나타났고,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은 650개로 집계됐다.
그린피스는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서 그린워싱 사례가 발견되고,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기업 등이 기업의 책임과 노력은 명시하지 않고 다수의 그린워싱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특성을 지닌 산업끼리 유형화해 분류한 결과 정유·화학·에너지 기업이 게시한 그린워싱 게시물이 80건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그린워싱 게시물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는 2022년 그린피스 네덜란드 사무소가 낸 유럽연합(EU) 기업 그린워싱 실태 보고서인 ‘그린워싱의 세 가지 그림자’를 바탕으로 그린워싱 유형을 국내 기준에 맞춰 분류했다. 보고서는 △자연 이미지 남용(제품 실제 성능과 무관한 친환경 이미지 활용) △녹색 혁신 과장(친환경 및 저탄소 기술 개발 기여 지나치게 강조) △책임 전가(참여형 이벤트 등으로 기후위기 책임을 소비자와 개인에게 전가) 등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인 예로, 그린피스는 한 생활가전 기업이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는 제품임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사용하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해 공인기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처럼 오인하고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국내 한 석유·화학 기업이 올린 ‘텀블러에 물을 담아 마시면 특별한 ‘친환경’ 능력이 생깁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대해서는 그린피스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보다 효과가 미미한 시민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 한 식음료 기업은 멸종위기종 동물 일러스트 디자인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한정판 출시한 내용을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게재했는데, 해당 게시물에는 ‘환경을 위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지고, 기후위기를 가속한다”며 “바다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로 인해 정작 바다표범, 펭귄과 같은 해양생물이 피해를 받는다는 정보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활동가는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양영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업 기후 대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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