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태풍 카눈의 북상과 함께 동해안에 높은 파도가 이는 가운데 강원 강릉의 한 해수욕장 시설물(샤워장)이 파도에 휩쓸려 나가자 관계자들이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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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남해안에서 강도 ‘강’으로 상륙해 우리나라를 관통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8일 밤, 카눈이 일본 가고시마를 거쳐 9일 밤 제주도 서귀포 동남동쪽 약 210㎞ 해상에 도달한 뒤, 경남 통영과 충북 청주를 거쳐 10일 밤 9시께 서울 동쪽 약 40㎞ 육상을 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카눈의 영향으로 강원 영동 지방에는 최대 600㎜ 이상, 경상권에는 400㎜ 이상의 많은 비와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도권 등 중부 지방에도 200mm의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카눈이 한반도를 수직으로 통과하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자주 놓이지 않던 중부 내륙 지방과 수도권 등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모양새다.
카눈은 애초 중국 쪽으로 향하다가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고, 다시 서쪽으로 경로를 변경하는 등 한 주 동안 지그재그로 이동하다가 우리나라 쪽을 북상해 관통하는 경로를 그려왔다.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모델들은 대체로 카눈이 한국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각 모델들이 내놓은 경로 간 폭이 70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기상청은 카눈의 변덕스로운 ‘갈 지 자’ 행보의 원인을 “태풍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중위도 기압계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수치예보모델들이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어떤 기압의 바람이 태풍의 방향을 바꿀지” 예측하는 정도가 모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와 태풍의 발달 정도, 상층 기압골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태풍의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어, 수치예보모델이 내놓는 결과값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카눈은 제 갈 길을 찾지 못 하고 느리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태풍은 거대한 지구에서 보면 강물 위에 떠가는 포말 같은 존재다. 대순환적인 바람에 의해 실려서 가게 되는데, 현재 이걸 이동시킬 바람의 힘이 약한 상황”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올 여름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가 태풍을 움직이는 바람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달하게 되면,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도 동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여름철 장마철이 끝나면 우리나라 쪽으로 북상해 한반도 전체를 덮고 있다가 가을이 시작하기 전에 일본 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에 치우치면서 그 자리에 저기압이 활동하기 좋은 영역이 생겼다는 것이다. “카눈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혼자 배낭여행을 하듯 (다른 기압계의) 간섭을 받지 않고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기상현상인 엘니뇨의 영향을 넘어,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태풍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전지구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져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증기를 지원 받아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태풍이 들어오는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8월 중순께가 되면 세력을 약화하며 일본 열도 쪽으로 내려갔고, 그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영향을 받는 태풍 또한 일본이나 일본 아래 쪽으로 경로를 그렸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이 여름이 끝나도록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되어 있을 경우 태풍의 영향을 더 빈번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