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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메탄 품은 LNG는 청정연료 아냐…태양광·풍력은 수입할 필요 없다”

등록 2023-08-03 08:00수정 2023-08-03 20:50

[인터뷰] 제프리 저코비 텍사스환경캠페인 부대표
제프리 저코비 텍사스환경캠페인(Texas Campaign for the Environment·TCE)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한 건물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제프리 저코비 텍사스환경캠페인(Texas Campaign for the Environment·TCE) 부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한 건물 옥상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매연 섞인) 불꽃 기둥을 매일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엘엔지는 절대 청정연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 것입니다.”

제프리 저코비 텍사스환경캠페인(Texas Campaign for the Environment·TCE) 부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성수동 한 회의장에서 이뤄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엘엔지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메탄을 다량 방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텍사스환경캠페인은 미국 텍사스주와 인근 루이지애나주에서 화석연료 산업의 확장을 반대하고 있는 풀뿌리 시민단체다. 저코비 부대표는 지난 6월19일부터 미국 엘엔지 산업의 주요 수요지인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을 돌며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엘엔지는 석탄, 석유 다음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다. 엘엔지의 주 성분인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엘엔지를 액화‘천연’가스로 부르며,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 40.2GW(기가와트) 수준인 석탄 발전량을 2036년 27.1GW로 줄이면서, 엘엔지 발전은 43.5GW에서 62.9GW로 늘려잡았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28기를 고스란히 엘엔지 발전소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과 경남 등에선 현재 엘엔지 수입 터미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코비 부대표는 “30∼50년 동안이나 사용하려고 새로 짓는 엘엔지 인프라를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때까지 필요한) ‘브리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엘엔지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서는) 이런 방식으론 원하는 기후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주요 엘엔지 수입국 중 하나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쓴 ‘한-미 엘엔지 밸류체인 현황과 한국 공적 금융의 역할’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카타르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엘엔지를 들여왔다. 특히 이 가운데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엘엔지 터미널에서 수출한 물량이 96%를 차지했는데, 이 수출 터미널에 지원된 한국 공적 금융은 2조47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6월 텍사스주 프리 포트 터미널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당시 폭발사고로 엘엔지 수출이 이뤄지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축소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미국 가스산업에 의존해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공적 금융이 투입된) 엘엔지와 석유화학 산업은 다년간 환경을 파괴하면서 텍사스주 원주민, 유색인종 커뮤니티를 희생양 삼아 발전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코비 부대표는 이런 화석연료 산업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7월 텍사스 폭염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2년 전 겨울에는 엄청난 한파로 전력망이 붕괴됐다. 폭풍우도 더 잦아지는 등 널뛰기하는 극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변화가 텍사스 주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징검다리란 명분을 내세워 환경 파괴적인 엘엔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코비 부대표는 “태양과 바람은 수입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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