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적인 노력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화석 연료 사용량이 줄어들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지면서, 한국의 조선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사용 변화를 고려한 조선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기후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어날리틱스(Cliamate Analytics)는 조만간 ‘전 세계 에너지 전환 가속이 석유 및 엘엔지 운반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24일 <한겨레>는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을 통해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확보했다. 클라이밋 어날리틱스의 분석은 영국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의 자료(2021년 말 기준 세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700척의 용량·건조연도 등)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미래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를 토대로 이뤄졌다.
그 결과를 보면, 에너지 전환 속도에 따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엘엔지선) 공급 과잉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움직임이 강화돼 2050년께 전 세계가 ‘탄소 중립’(순배출량 0·산업혁명 시기에 견줘 지구 평균 기온 1.5도 이하 상승 목표)에 이르게 될 경우(시나리오1) 엘엔지선 공급은 수요에 견줘 2030년엔 65%, 2040년엔 315% 초과한다. 이보다 에너지전환 속도가 느린 시나리오(1.7도 이하 상승)에선 2030년과 2040년 공급 초과 수준은 각각 34%, 45%이다. 이 두 번째 시나리오는 지난 2021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때 영국, 미국, 한국 등이 제출한 탄소 중립 계획과 유사하다.
끝으로 국제에너지기구가 상정한 에너지 전환 속도가 가장 느린 시나리오(2.5도 이하 상승)에서도 엘엔지선 공급은 수요보다 2030년 31%, 2040년 15%씩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최근 엘엔지선 주문이 급증하면서 2028년까지 수백척의 배가 더 인도될 예정이다. 선박 수명이 35년임을 고려하면 늘어난 운송 용량이 모든 시나리오에서 수요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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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석은 기후 위기와 엘엔지선을 만드는 조선산업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 돼 있으며 탄소 중립 움직임의 속도에 따라 파급력도 다르다는 걸 시사한다. 특히 지난해 엘엔지 운반선 발주량 중 70%를 에이치(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소가 수주한 점을 염두에 둘 때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내 조선업계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주한 물량을 모두 인도한 뒤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요 절벽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선박은 오랫동안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에 포함됐다. 에너지 전환 속도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조선업 위기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를 접한 국내 한 조선업체의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속도에 따라 엘엔지 조선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상당 부분 사실에 가깝다. 다만 엘엔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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