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울산 하늘에 번개가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소강상태를 보였던 장맛비가 13일부터 다시 쏟아진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이틀간 최대 250㎜의 폭우가 예상된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정체전선이 남북을 느리게 오르내리며 많은 비를 뿌리는 ‘교과서적인’ 장맛비가 다음주 후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침수와 산사태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12일 수시브리핑에서 “남북으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공기들의 충돌이 일어나는 전형적인 정체전선이 발달하며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오후부터 한반도 북서쪽에서 발달한 티베트 고기압이 몰고온 차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몬순 고기압이 끌고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 세력을 겨루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는 폭이 좁은 정체전선이 느린 속도로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정체전선이 머무는 지역에 폭우가 장시간 이어지는 전형적인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장마철 초기,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나 극한의 대기불안정에 의한 중규모 대류 현상이 발달하며 좁은 지역에 소낙성 장맛비가 쏟아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번 비는 13일 새벽 서쪽에서부터 시작해 오전 중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3일부터 이틀간 예상되는 강수량은 수도권 최대 250㎜, 강원 내륙과 충청 북부에 최대 200㎜에 달한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50~100㎜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13일 오후에서 14일까지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중부지방에선 돌풍과 벼락을 동반해 시간당 30~8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서울을 강타했던 시간당 140㎜ 이상의 극한 호우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예상보다 더 많은 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체전선은 18일 이후 남쪽으로 이동하며, 20일께까지 전국에 장맛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박 분석관은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의 강도와 위상에 따라 정체전선의 위치가 달라져, 전선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비 내리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기상청 예보를 예의주시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최근 강하고 많은 비가 자주 내려 많은 지역의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 적은 비가 내리더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유의를 당부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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