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세워진 탱크들에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올 여름 이 오염수들을 바다로 방류하려 하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시료를 세차례 수거해서 (분석을) 우리도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하고 있다. 그 결과가 6월 말에 보고서가 나오는데, 5월 말이나 6월 초에 가면 오염이 되었는지 ‘그런 게’ 나온다고 그런다. 그걸 보고 판단을 하면 될 것 같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사용하는 ‘다핵종제거장치’(ALPS·알프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김 실장이 말한 ‘그런 것’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 결과 보고서’를 가리킨다.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두고 그토록 강조해온 ‘객관적 과학적 조사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이 보고서다. 그렇다면, 김 실장의 말대로 국제원자력기구가 내놓을 이 보고서는 실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까?
■ 검증 아닌 ‘확증 활동’ 규정
우선, 국제원자력기구의 요청으로 여러 실험실에서 오염수 분석 작업이 수행되는 만큼, 과학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분석이 오염수 해양 방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설계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번 오염수 분석은 2021년 7월 일본과 합의한 범위 안에서 진행해온 ‘알프스 처리수 취급의 안전 관련 측면 검토’의 일부다. 애초 이 검토는 ‘오염수가 안전하게 바다로 방류될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일본 정부 요청으로 시작됐다. 출발부터 중립이나 객관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한계는 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분석을 ‘확증 활동’(corroboration activities)으로 규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과학에서 ‘확증’은 추가 증거로 기존 주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검증’(verification)과는 다르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구성한 전문가 특별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3차 검토 중간보고서에서 “도쿄전력과 일본 당국이 제공하는 자료의 정확성에 신뢰를 주기 위해 전반적인 안전 검토에 (‘확증 활동’이) 포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별팀은 이어 “일본에 있는 실험실들이 제공하는 핵심 자료의 유효성을 확인해, 이해당사자들이 자료의 정확성을 추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 일본이 문제없다고 준 시료로 분석…대표성 없어
국제원자력기구의 오염수 시료 분석 목적이 이처럼 사실상 ‘일본의 분석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시료가 많을 필요는 없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가 산하 3개 연구소와 한국 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을 포함한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 4개국 분석기관에 ‘실험실 간 비교’(ILC)를 위해 맡긴 시료는 3건이 전부다. 후쿠시마 원전 내 1070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탱크가 있는데, 이 가운데 3개 탱크에서 단 한 차례씩 채취한 것이란 얘기다. 그것도 전부 도쿄전력이 ‘직접’ 떠 준 것이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3월 저장탱크 ‘K4-B’에서 채취했고, 두번째, 세번째 시료는 지난해 10월 각각 저장탱크 ‘G4S-B10’와 ‘G4S-C8’에서 떠줬다.
국제원자력기구 특별팀은 3차 검토 중간보고서에서 이 시료들이 “도쿄전력이 방류 준비가 완료됐다고 확인한 알프스 처리수 저장탱크에서 채취한 샘플”이라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분석기관들에게 이 시료를 전달하면서 도쿄전력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방사성핵종 이외의 다른 방사성핵종들까지 포괄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시료에 추가적인 방사성핵종이 상당한(또는 검출가능한) 양으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국제원자력기구 특별팀의 판단이다. 사실, 도쿄전력이 알프스로 여러 차례 처리하며 오염도를 분석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고 떠준 시료에서 일본을 ‘곤란’하게 할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료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이 앞으로 방류하려는 ‘전체’ 오염수의 방사성핵종 오염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염수 속에 방사성핵종에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일본이 처리하는 수준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판단하려면 방류 준비가 끝난 ‘알프스 처리수’를 대상으로 한 1회성 분석이 아니라, 알프스 처리 단계별로 시료를 채취·분석해 처리 성능과 지속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