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지난해 8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물 밖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환경부가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내면서 ‘공항 건설에 따른 항공기 소음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해양수산부 산하 고래 전문 연구기관인 고래연구센터는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언론 설명회 자리에서 ‘고래연구센터도 영향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혀,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를 임의로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6일 기자 설명회에서 “2021년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소음 영향 시뮬레이션 등이 과학적으로 인정 가능한 수준이었고, 최악의 조건에서도 남방큰돌고래에 소음 영향이 없다는 예측이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소음 영향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고래연구센터에도 결과를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의견 없음’이라고 했다. 이는 평가서 내용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나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제주2공항과 관련해 “남방큰돌고래는 소음으로 회피할(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전문가의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 의견을 최근 환경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래연구센터가 평가서 내용에 동의하기 때문에 환경부에 별도 의견을 회신하지 않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래연구센터 등 여러 산하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해수부가 의견을 작성해 환경부에 보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관련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임의로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수부 의견을 협의 의견에 반영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의사소통의 오류일 뿐”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법정보호종의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활주로 위치 등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라”는 전제를 달아 제주 제2공항 사업계획을 허가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을 제외한 해수부 등 4곳의 전문기관이 제출한 검토의견서 원문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립생태원은 맹꽁이 서식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업의 입지 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하라”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장은 “환경부가 흑산도공항 부지의 국립공원 해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제주2공항 동의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눈치를 보며 과거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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