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7일 제주시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제주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한 조건부 동의를 규탄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환경부 산하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이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전날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사업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지난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과정과 판박이다. ‘답’을 정해놓은 채, 전문기관 의견 검토는 요식행위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국립생태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보면, 국립생태원은 공항 건설 예정지 전역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살고 있어 환경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업 입지 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하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지형인 숨골(지하 암반 틈 지하수 길)과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이 불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전문기관 검토 결과 입지 타당성이 인정됐다며 조건부 동의를 해줬다. 전문기관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밝히지도 않았다.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5곳의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를 내준 바 있다. ‘답정너 환경영향평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조건부 동의’를 설명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환경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산하 고래연구센터도 ‘공항 건설이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행정 절차상 해수부를 통해 의견을 내야 하는 걸로 이해했던 고래연구센터가 환경부에 ‘의견 없음’이라 회신했을 뿐인데 이를 ‘동의’로 왜곡한 것이다. 이 센터는 해수부에 ‘항공기 이착륙 때 남방큰돌고래에게 소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두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과거에는 모두 환경부가 ‘부동의’ 등으로 제동 걸었던 사업들이다. 환경부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흑산도공항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개발 공약 뒤치다꺼리나 할 생각이라면 환경부 간판을 ‘국토난개발부’로 바꿔 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