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 중인 세종과 제주에서 대상 매장 3분의 1가량이 이 제도를 보이콧(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매장은 배달앱을 통해서도 보증금 항목을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에 불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관협력형 배달앱에서는 관련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과 제주 지역에서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의 약 60%, ‘요기요’에 입점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의 약 21%가 보증금제를 거부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음료 프랜차이즈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컵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6월부터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약 3만8천곳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으나, 여섯달 미뤄 지난달 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만 우선 시행하고 있다. 세종과 제주의 대상 업체는 652곳(다회용컵 전용 매장 130곳 포함)이다. 이 가운데 200여곳이 현재 매장에서 제도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은 배달앱에서 주문을 받을 때도 컵 보증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배달앱 3사에서 입점 업체들은 보증금제를 거부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자영업자가 메뉴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항목 노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기요는 대상 매장에 보증금 항목을 일괄 노출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요청하면 보증금 항목을 메뉴에서 빼주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대상 매장 500여개 중 메뉴에 보증금 항목을 적용하고 있는 매장은 200여개”라고 말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앱에서 보증금제를 보이콧하고 있는 매장은 약 21%”라고 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음료에 일회용컵 보증금이 부과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갈무리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서 컵 보증금을 설정하면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말한다. 세종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오미선(41)씨는 “소비자들이 배달 주문을 하는 이유가 쉽고 간편하기 때문인데,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매장으로 컵을 들고 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주문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컵보증금제는 매출과 직결된다. 매장에서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자영업자들도 앱에서는 보증금 옵션을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달의민족에서 컵 보증금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
세종과 제주의 민관협력형 배달앱 ‘먹깨비’에는 아예 메뉴에 보증금을 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먹깨비 관계자는 “현재는 앱에 보증금 메뉴가 없어 대상 매장 중 보증금 없이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2월께 앱에서 보증금을 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에서 ‘앤티앤스 프레즐’ 한 지점을 운영하는 강동효(35)씨는 “보증금제를 지키려고 해도 먹깨비 앱에서는 보증금을 적용할 방법이 없어 음료를 제외하고 빵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배달앱 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남희 환경부 일회용품 대책 추진단 팀장은 “배달앱에서도 보증금제가 적용돼야 하는 게 원칙인데, 현재 적용하지 않는 매장들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상 매장들이 배달앱에서 보증금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배달앱 본사들과 협의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