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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폴란드 원전에 출혈 입찰’ 지적…13년 전보다 단가 20~41% 낮아

등록 2022-10-24 16:10수정 2022-10-24 16:20

폴란드 싱크탱크 등 자국 분석결과 공개
에너지전환포럼 “단가 UAE때 59%에 불과
무리한 원전수출정책 타당성 재고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인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인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첫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13년 전보다도 20~41% 낮은 건설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출혈 입찰’ 지적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한 공기업의 무리한 실적내기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폴란드에서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등과 설비량 6~9GW(기가와트)·총 사업비 40조원 규모의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건설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국가자산부의 분석 결과를 입수한 폴란드의 씽크탱크 ‘폴리티카 인사이트’와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당 약 267만달러, EDF는 약 460만달러, 웨스팅하우스는 약 400만달러의 건설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인 에이피아르(APR)1400의 건설단가로 제시한 ㎿당 약 267만달러는 EDF가 제시한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 원전 건설단가의 58%, 웨스팅하우스의 에이피(AP)1000 원전 건설단가의 67%에 불과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수원이 폴란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단가는 2009년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덤핑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출할 때의 ㎿당 건설단가(332만달러)보다 20% 적고, 당시 건설단가의 현재가치(452만달러)와 비교하면 41%나 적은 엄청난 ‘출혈 입찰’”이라며 “향후 막대한 손실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한수원은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건설 사업과 별도의 원전 2기 건설사업도 수주하기 위해 이르면 몇 주 안에 폴란드와 의향서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도 손실 위험이 제기된다. 원전이 호숫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향후 건설과정에서 강화된 온배수 배출규제가 도입될 경우 냉각탑을 별도로 설치해야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외에서 냉각탑 건설 경험이 전무한 한수원에게는 또 다른 비용 지출과 공기지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한수원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21일 미국 법원에 한수원을 상대로 지적 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도 위험 요소다. 이 소송 결과는 올해 안에 수주 여부가 결정될 폴란드 원전 수출은 물론,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는 23일(현지시각) 온라인 제공 정보에서 웨스팅하우스가 21일 미국 법원에 ‘한수원의 에이피아르(APR)1400 원전 설계에 자사의 지적 재산권이 포함돼 있어, 한수원이 이 원전을 임의로 폴란드와 기타 국가로 이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인 에이피아르1400에 자사가 2000년 획득한 ‘시스템 80’ 원자로 설계 기술이 통합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폴란드와 에이피아르1400 제공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려면 원자력 기술 공유를 제한하는 미국 법에 따라 특정 기술 공유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과 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스앤피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한수원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에이피아르1400 4기를 수출할 때 이런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며 한수원이 규제 대상 원자로 기술 정보를 폴란드와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에이피아르1400 도입을 고려하는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수원의 에이피아르1400은 미국 설계에 기반을 둔 원전이어서 관련 정보를 해외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출에 대한 2013년 미의회조사국 조사보고서에 포함돼 한수원도 인정했던 사안”이라며 “국내 원자력계가 원전 수출 실적을 올리려고 이 문제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때는 이 문제를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자문료를 주고 증기 터빈을 당시 웨스팅하우스 모회사인 도시바에 하청을 주는 형태로 타협해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 해결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공기업인 한수원이 정부의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 따라 원전 수출 실적내기에 나섰다가 손실을 내게 되면 그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원전 수출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한수원의 무리한 가격입찰로 천문학적 공공재원이 낭비될 위험이 있다”며 “정부와 한수원은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현재 추진되는 해외 원전 수출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재고하고,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사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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