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1호기(왼쪽)와 2호기 모습. 한수원은 이들 원전과 같은 에이피아르(APR)1400원전의 해외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폴란드의 첫 원전 수주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독자적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한 지적 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 결과가 폴란드 원전 수출은 물론,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세계적 상품정보 제공 업체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는 23일(현지시각) 온라인 제공 정보에서 웨스팅하우스가 21일 미국 법원에 ‘한수원의 에이피아르(APR)1400 원전 설계에 자사의 지적 재산권이 포함돼 있어, 한수원이 이 원전을 임의로 폴란드와 기타 국가로 이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인 에이피아르1400에 자사가 2000년 획득한 ‘시스템 80’ 원자로 설계 기술이 통합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폴란드와 에이피아르1400 제공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려면 원자력 기술 공유를 제한하는 미국 법에 따라 특정 기술 공유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과 자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스앤피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컬럼비아특별구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한수원은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에이피아르1400 4기를 수출할 때 이런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며 한수원이 규제 대상 원자로 기술 정보를 폴란드와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에이피아르1400 도입을 고려하는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폴란드 국내 언론에는 폴란드가 몇 주안에 한수원과 에이피아르1400을 도입하기 위한 의향서에 서명할 것이란 소식이 보도돼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한수원은 폴란드에서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수원의 에이피아르1400은 미국 설계에 기반을 둔 원전이어서 관련 정보를 해외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출에 대한 2013년 미의회조사국 조사보고서에 포함돼 한수원도 인정했던 사안”이라며 “국내 원자력계가 원전 수출 실적을 올리려고 이 문제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때는 이 문제를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자문료를 주고 증기 터빈을 당시 웨스팅하우스 모회사인 도시바에 하청을 주는 형태로 타협해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 해결했다.
석 위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에이피아르1400 원전에 담긴 미국 지적 재산권 문제는 앞으로 다른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