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숭례문(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924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구호는 다급하고도 절박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에서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광장에 모인 이들은 “이대로 살 수 없다”며 한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로 극복하기 어려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지만, 한 줄기 희망은 피어나고 있었다.
지난 24일 ‘기후정의행진’이 열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추산한 참석 인원은 3만5천명으로 애초 예상한 참석 인원 2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400여개 기후·환경·시민단체는 기후위기 시대에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힘을 모으자는 취지에서 조직위를 꾸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종이상자를 재활용한 손팻말을 들고 화석연료 체제 종식, 모든 불평등 해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행사장 곳곳에서는 청소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북 무주에 있는 환경 중심 대안학교인 푸른꿈고 3학년인 남정수(18)군은 “전교생이 60명인데 50명쯤 행사에 참석했다”며 “앞선 세대가 만들어놓은 불안정한 미래를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숭례문(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924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어린이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같은 반 친구 다섯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전주 우림중 1학년 이혜진(13)양은 “부모님은 ‘너희가 미래의 주인이니, 더 나은 지구를 만들라’며 행사에 다녀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기 부천여중 반달가슴곰 동아리 김채이(15)·이선희(13)양도 “집회는 처음이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자신들이 만든 손팻말을 당당히 펼쳐 보였다. 그곳에는 “기후위기 극복할 수 있을 때 다 같이 노력하자”라고 쓰여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 농민, 발전노동자 등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을 비롯해 성소수자 등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차별받아온 이들도 함께했다. 이들이 마이크를 잡기에 앞서 무대에 오른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착취의 문제임을 모두가 더 크게 외치고 국가와 탄소 중독 기업의 구조적 책임이 지워지지 않도록 기후위기의 책임자를 분명히 드러내자”고 했다.
24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세종로 도로에 누워 ‘다이-인’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의 기후환경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에서 이날 아침 버스를 타고 올라온 초등학교 교사 윤미경(44)씨는 “기후위기가 너무 절실한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시민들 참여로 작년에 생태전환교육이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됐지만, 이번엔 거의 빠지다시피 됐다”고 말했다. 남부발전 삼척 그린파워에서 일하는 최준호씨는 “석탄발전소를 폐지한다고 하는데, 노동자 일자리 대책은 없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숭례문(남대문)에서 시작해 광화문역과 안국역을 거쳐 다시 숭례문 쪽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광화문광장 일대를 지날 때는 수많은 이들이 사이렌 소리에 맞춰 바닥에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 행위극을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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