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그린피스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건물 벽면에 기후변화 리더십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 메시지를 투사했다. 그린피스 제공
삼성전자가 15일 ‘아르이(RE)100’ 가입을 선언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목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아르이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으로 삼성전자는 그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했는데, 2020~2030년을 목표로 한 글로벌 기업들 수준으로 목표 시점을 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견줘 매우 미흡하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이번 선언은 긍정적이다. 다만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2050년에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은 글로벌 기업의 목표와 견주면 확연히 드러난다. 아르이100을 주도한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을 보면, 이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 381곳 가운데 삼성전자처럼 목표 시기를 2050년으로 제시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77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04곳의 기업은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구매사를 보면 애플이 2020년, 에이치피(HP) 2025년, 델 테크놀로지 2040년 등이었다. 구글처럼 2017년에 이미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도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는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아모레퍼시픽이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 3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18TWh)을 소비했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이는 한국 전체 가구(2100만가구) 전력 소비량의 23%에 해당하는 양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온실가스 배출 주요 기업인 삼성전자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그 책임에 걸맞은 목표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삼성은 아르이100 회원사 평균 수준인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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