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Everyday Sustainability’ 전시를 통해 친환경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아르이(RE)100’ 가입,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반도체 사용 용수 재활용 등의 내용을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15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삼성 환경선언’을 시작으로 2005년 ‘환경중시’, 2009년 ‘녹색경영비전’ 등을 내놨는데, 이번엔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삼성전자 신환경경영전략에선 아르이100 가입이 눈에 띈다. 아르이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 민간 캠페인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스마트폰·가전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엑스(DX) 부문은 2030년에 달성하고,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에스(DS) 부문 등 다른 부문은 2050년을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업장의 경우, 베트남·서남아시아는 올해,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는 2027년 등 5년 안에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선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텔레비전(TV)·가전 등을 생산하면서 세계 최대 전력(25.8TWh, 2021년 기준)을 쓰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수자원 재활용 계획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꾸준히 늘려 2030년에는 물 사용량이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재사용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물 사용량을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디엑스 부문도 수처리 시설 고도화로 물 재활용을 확대하고, 글로벌 수자원 발굴 프로젝트와 수질 개선, 하천 복원사업 등을 벌인다.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반도체는 초저전력 기술을 확보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티브이·냉장고·세탁기·에어컨·피시(PC)·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고효율 압축기·열교환기·반도체 등을 사용하고 인공지능(AI) 절약모드 등 제품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해 에너지를 절감해나갈 계획이다.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약 1500)을 100%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바꾸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을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100%로 확대한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초격차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환경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 나갈 계획도 내놨다.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기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감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환경경영전략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나 현대차, 엘지(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는 물론 경쟁업체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 등이 속속 아르이100에 가입했음에도 미가입 상태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기술과 안전, 환경 모두에서 진정한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신환경경영전략 선언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영을 밝히면서도 목표 달성 시점을 보다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은 긍정적”이라면서도 “2050년에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너무 부족해,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목표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도 “이번 발표를 환영하지만, 심각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에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에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질의한 네덜란드 연기금 에이피지(APG)의 박유경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이사는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기후 관련 공약이 후퇴하는 듯 보이는 시점에 나와 의미가 크다”며 “삼성전자의 선언은 총수 일가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의 최종 의사결정이 있어 가능했던 만큼, 과감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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