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왼쪽)과 운영허가를 앞두고 있는 신한울 2호기(오른쪽). 산업부는 30일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3.9%에서 32.8%로 크게 높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8%,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5%로 책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견줘 원전 발전량을 55.3TWh(테라와트시) 늘려 비중을 8.9%포인트 높이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52.9TWh 줄여 비중을 8.7%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날 공개된 10차 전기본 총괄분과위원회 실무안을 보면,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이 엔디시에서 제시된 23.9%보다 8.9%포인트 높은 32.8%로 정해졌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엔디시의 30.2%보다 8.7%포인트 낮은 21.5%로 결정됐다. 원전 발전량을 크게 늘렸지만, 그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발전 비중은 21.8%에서 21.2%로 미미하게 줄어드는데 그쳤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19.5%에서 20.9%로 되레 높아졌다. 유승훈 총괄분과위 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원전의 계속 운전을 통해 2030년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합리적 보급 목표를 반영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10차 전기본 실무안은 또 계획 최종연도인 2036년까지 최대 전력수요가 연평균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가율 전망치는 9차 전기본의 연평균 증가율 1.1%보다 0.3%p 높은 것이다. 이에 대해 유승훈 위원장은 “미래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전망 체계를 개선하고, 9차 전기본에서 유보했던 4차 산업혁명 영향과 2030년 엔디시·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전기화 영향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총괄분과위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36년 최대 전력수요를 117.3GW로 전망한 뒤, 발전설비의 정비 고장 등을 감안한 설비 예비율 22%를 적용해 총 143.1GW를 2036년 목표설비량으로 산출했다.
2036년 최대 전력수요는 117.3GW, 발전설비의 정비 고장 등을 감안한 설비 예비율 22%를 적용한 목표설비량은 143.1GW로 잡았다. 10차 전기본 실무안은 이 목표설비량이 확보되려면 2036년까지 원전 12기(10.5GW)의 계속운전이 이뤄지고 원전 6기(8.4GW)가 예정대로 준공돼야 한다고 봤다. 원전 12기의 계속운전은 2036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모든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준공 예정인 6기는 현재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와 운영허가 단계에 있는 신한울 2호기,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다가 사업개재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울 3·4호기를 말한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을 전기본에 포함하는 것은 사업을 재추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
총괄분과위는 10차 전기본 실무안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 엔디시에 비해 크게 축소됐지만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여전히 큰 폭으로 확충돼야 할 것으로 봤다. 2036년 최종 목표설비량 143.1GW를 전원별 피크 기여도를 고려한 실효용량으로 확보하려면 기여도가 낮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2022년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로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량 107.4GW는 정격용량으로 계산한 2036년 필요 설비량 237.4GW의 45.3%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승훈 위원장은 “최근 에너지 공급 위기와 가격 상승의 영향 속에서 해외 주요국은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원전 비중 확대 등 에너지믹스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며 “10차 전기본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있게 활용하는 실현 가능한 전원믹스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10차 전기본 실무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시작해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에너지정책 방향까지 이어진 ‘원전 이용 확대’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5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은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해 사실상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한 바 있다.
이러한 실무안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논평을 내어 “전 세계가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경제성장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있음에도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에너지 정책이 심히 우려된다”며 “새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비중을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목표는 대폭 축소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전기본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전력 설비와 전원 구성을 설계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실무안은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등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올해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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