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운전을 앞두고 시험운전이 진행되고 있는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원전 1호기 수소제거설비에 대한 제작업체의 설비 성능 실험이 실험 중 발화 현상을 피하기 위해 산소 농도를 낮춘 조건에서 진행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 수소제거설비 성능 재검증 과정을 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소위원회는 11일 원안위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설비 납품 과정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파)로 불리는 이 설비는 한수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 격납건물 내부에 설치했다. 국내업체인 한국원자력기술(KNT)이 제작한 이 제품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에도 장착돼 있다. 따라서 기능상 문제가 있다는 최종 결론이 날 경우 한국 원전의 대외 신인도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파실험점검소위 하정구 위원은 이날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원자력연구원의 수소 농도 8% 제거 실험이 설비에서 불이 나면서 실패해, 제작사인 케이엔티에서 지난 2일과 4일 실험을 했으나, 이 실험은 산소 농도를 13%로 낮춰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수행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공기 속 산소 농도는 약 21%다.
산소 농도 13%는 격납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소가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 농도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고 산소 농도만 떨어뜨려야 가능한 값이어서 현실성이 없다.
하 위원은 “(케이엔티에서) 수소 농도 8%에 최적화된 실험 방법을 찾지 못해 수십 차례 예비실험을 수행했다”며 “예비실험을 한 이유 중의 하나가 8% 실험에서 어떻게 하면 연소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원자력연구원 실험실에서 이뤄진 파의 수소제거 실험은 수소 농도가 실험 조건인 8%에 도달하기 전에 기기 안에서 불꽃이 일며 화재가 발생해 더 진행되지 못했다.
하 위원은 원안위에서 “제작사가 한수원에 파를 납품할 당시에 한수원의 구매요구 조건에 맞게 실험을 해 조건에 만족하는 것을 납품했는지, 안전성과 품질 관점에서 올바른 검토·평가·검정이 이뤄졌는지 원안위가 재조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다음 달 15일 열릴 차기 원안위 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파의 성능에 대한 재검증은 국내업체가 한수원에 납품한 제품의 성능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한수원 내부자의 공익 제보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지난해 7월 한수원에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내주며 올해 3월까지 검증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원안위는 11일 회의에서 이 조건을 최종 보고서가 아닌 원자력연구원에서 실험한 결과만 이달 말까지 제출하는 것으로 바꿔 의결했다. 검증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최종 보고서 제출이 늦어지자, 중간보고 성격의 결과만이라도 받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한수원이 제출할 결과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검토해 정리한 것을 기반으로 향후 조치사항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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