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사문진교 아래 낙동강가에 길이 60㎝ 정도의 강준치가 녹조 속에 죽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2022년에는 녹조와 함께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의 애벌레도 대규모로 나타났다. 낙동강 주변 농산물에선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도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7월15일 환경단체들과 함께 낙동강 현장을 찾아가 녹조와 붉은깔따구 애벌레의 발생 상황을 살펴봤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낙동강 녹조 등 4대강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도 진단해봤다. _편집자
2022년 7월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리 본포취수장 100m 동쪽의 강가.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등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강물 속 흙을 한 삽 떠서 강가에 쏟아놓았다. 모래와 검은 오니(더러운 진흙) 속에서 붉고 작은 것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붉은깔따구 애벌레(유충)였다.
한 삽을 퍼올 때마다 한 마리꼴로 붉은깔따구 애벌레가 나왔다. 대여섯 삽을 퍼오자 모두 5마리가 나왔다. 깔따구는 파리목 모기하목 깔따구과의 벌레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환경부가 4급수 지표종으로 제시한 벌레이며, 애벌레는 오니 속에서 산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매곡취수장 건너 낙동강가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강물 속의 흙을 한 삽 떠오고 있다.
정수근 국장은 “붉은깔따구 애벌레가 나온 것은 이 주변 강물이 (가장 더러운 물인) 4급수이고, 수돗물로 쓰는 게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8개 보로 인해 낙동강 흐름이 막혀 유기물이 쌓였고, 유기물이 펄층을 만들어 그 안에 이런 생물들이 산다”고 설명했다.
현재 깔따구 애벌레는 본포취수장 부근 오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수장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나온다. 7월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정수장에서 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됐다. 다음날인 7월8일엔 석동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집에서 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됐다. 7월8일부터 17일까지 석동정수장에선 무려 684마리의 깔따구 애벌레가 발견됐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가정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도 모두 12건이 접수됐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집은 6만5천 가구, 15만 명가량이다.
김동구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은 “본포취수장에서 원수를 공급하는 석동과 반송 정수장 가운데 석동에서만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일단 석동에서 나온 깔따구 애벌레가 정수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했고, 정수장을 청소하고 오존이나 염소 처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깔따구는 종류가 400종이나 되고, 1~4급수까지 다양한 곳에서 산다. 이 깔따구 유충이 본포취수장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석동정수장에서 들어간 것인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깊은 우려를 보였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붉은깔따구 유충이 정수장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 낙동강 원수에서도 나왔다. 매년 여름이면 발생하는 녹조가 깔따구의 좋은 서식 환경이다. 정수장 시설 개선도 필요하지만, 수문을 개방해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붉은깔따구 애벌레는 낙동강 오염의 한 증거일 뿐이다.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낙동강을 숨 막히게 하는 것은 녹조다. 녹조는 4대강 사업이 끝난 직후인 2012년부터 낙동강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7월15일 찾아간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창녕함안보 하류까지 낙동강의 9개 지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녹조가 끼어 있었다. 녹조는 하류로 갈수록 더 심각한 상태였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매곡취수장 건너 낙동강가의 강물 흙 속에서 나온 붉은깔따구 애벌레들.
“홍수 사라진 건 노무현 정부의 치수사업 결과”
이날 낮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사문진교 바로 아래 화원유원지 그늘엔 시민 2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다. 그 앞 낙동강의 녹조 빛깔이 짙고 물비린내가 나는데도 시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강가로 걸어 내려갔더니 길이가 60㎝ 정도인 강준치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주변은 녹조가 가득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물고기 죽음의 원인이 녹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의 오염으로 인한 산소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녹조가 많은 곳에서 물고기가 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낙동강 주변 주민들은 4대강 보에 우호적이다. 부인과 함께 사문진교 아래에서 쉬던 윤희철(63)씨에게 “8개의 낙동강 보로 인해 녹조가 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윤씨는 “4대강 사업 전에는 물이 자주 넘었다(범람했다). 보가 홍수도 막고 농사에 쓸 물도 공급하니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윤씨에게 “녹조를 없애려면 보를 열거나 허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녹조가 심할 때는 열면 수질이 좋아지겠지만, 보를 허물 수는 없다. 녹조에 독성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도 공해를 일으키지만 없앨 수 없는 것 아니냐. 오히려 이명박(전 대통령)이 여기 오면 우리가 술을 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부위원장은 “2003년 태풍 매미 피해가 커서 노무현 정부에서 대규모 치수 사업을 했고, 당시에 주요 하천의 치수율이 이미 90%를 넘었다. 그 뒤로는 홍수 피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홍수 피해가 사라진 것은 노무현 정부의 치수 사업 결과이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내리 이노정(두 노인 정자) 앞은 이날 돌아본 곳 가운데 녹조가 가장 심각한 곳이었다. 이곳은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응암천 하구다. 이곳에서도 30㎝ 정도 되는 잉어가 죽어 물 위에 떠 있었다. 선연한 녹조 빛깔이 하구 전체에 가득했다. 이노정 앞 응암천은 본류에 물이 많으면 수위 차이로 인해 물이 흐르지 못하는 곳이었다.
이노정에서 8㎞ 하류로 내려가면 경남 합천군과 창녕군 사이 합천창녕보가 나온다. 합천창녕보에서 보로 막힌 상류 쪽은 강 전체가 짙푸른 녹조였으나, 하류 쪽은 녹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수문을 중심으로 녹조 있는 강과 녹조 없는 강의 색깔이 완전히 갈렸다. 보가 녹조를 키운다는 증거와 같은 풍경이었다.
그 하류로 40㎞ 떨어진 창녕군과 함안군 사이 창녕함안보는 7월15일 오후 수문을 개방 중이었다. 열린 가동보 위로 짙푸른 녹조 강물이 거대한 폭포처럼 쏟아졌다. 보 하류의 강물도 녹조 빛깔로 물들어갔다. 이 방류로 상류의 녹조는 일부라도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이 녹조 강물은 하류의 낙동강 하굿둑 앞에서 다시 한번 막힌다. 녹조는 쉬 사라지지 않는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선원리 가죽정교 위에서 본 낙동강. 녹조와 물풀, 버려진 참외, 녹조 제거선 등이 뒤섞여 있다.
8개 보 있는 낙동강, 강물 체류 시간 100.1일
창녕함안보에서 하류로 11㎞ 정도 떨어진 본포취수장 주변도 녹조가 가득했다. 취수장과 취수구 쪽으로는 보행교가 놓여 있는데, 다리 난간엔 살수(물뿌림) 장치가, 다리 아래엔 폭기(공기 주입) 장치와 녹조 차단막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장치는 녹조를 물과 섞거나 약간 밀어낼 뿐 녹조 자체를 없애진 못했다. 주변에 녹조가 가득한 본포취수장은 하루 4만9천t을 취수해 창원의 반송정수장과 석동정수장, 해군부대 등에 공급한다. 본포취수장 물을 창원 시민의 15% 정도가 마시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심각하게 발생하는 낙동강 녹조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8개 보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다른 3대 강보다 낙동강의 녹조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4대강 사업의 16개 보 가운데 8개가 낙동강에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물 체류 시간은 낙동강이 8.6일에서 100.1일로 11.6배나 늘어났다. 반면 한강은 3.4배, 금강은 2.8배, 영산강은 7.7배 늘어났다.
국립환경연구원의 6월27일부터 7월11일까지 3~4차례 조류경보 지점(상수원 보호구역) 검사에서 강정·고령, 물금·매리, 칠서(이상 경계경보), 해평(관심경보) 등 낙동강 본류의 모든 지점에서 경보가 발령됐다. 반면 낙동강의 지류와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의 본류와 지류에서는 단 한 군데도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박병언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녹조는 일사량, 수온, 유량, 유속, 영양물질 등 여러 원인이 있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더 심각해졌다. 낙동강 하류의 4개 보는 수위를 일부 낮췄다. 이와 함께 녹조 차단 시설, 수류(물흐름) 확산 장치, 폭기 장치 등으로 녹조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환경운동연합은 2차례 낙동강 녹조의 독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낙동강과 금강 주변의 쌀, 낙동강 주변의 무, 배추에서 기준치를 뛰어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로 액체로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호흡을 통해 사람의 몸에 흡수될 수 있다.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신경계 등에 악영향을 주며 발암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리 본포취수장. 보행교의 살수(물뿌림) 장치와 차단막으로 취수구에 밀려드는 녹조를 막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조사에선 낙동강의 백미에서 프랑스 기준의 12.7~15.9배,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의 7.0~8.8배에 이르는 생식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또 낙동강의 무와 배추에선 프랑스 기준 4.9배, 캘리포니아 기준 2.7배의 생식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이 낙동강의 쌀과 무, 배추를 함께 먹으면 프랑스 기준의 20.8배, 캘리포니아 기준 11.6배의 생식기 독성물질을 흡수하게 된다.
이 검사를 맡은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미생물학)는 “녹조에선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성물질이 나오고 장기간 노출되면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현재 한국에선 물에 대해 필요한 경우에만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하게 돼 있는데, 그 대상을 농산물로도 확대하고 좀더 자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산물에 끼치는 녹조 독성에 대한 시험법과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그동안 마이크로시스틴 시험법이나 기준이 없었다. 현재 시험법을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교차 검증 중이다. 시험법 검증이 끝나면 환경단체에서 발표한 오염지역의 쌀과 무, 배추에 대해 2022년 11월까지 검사를 마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철재 부위원장은 “낙동강이 썩으면 식수와 농업용수로 쓰는 유역 주민뿐 아니라, 농산물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지역 정서라는 핑계로 문재인 정부에서 (낙동강을) 방치했고,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다. 정부가 나서서 주민을 설득하고, 보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창원=글·사진 김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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