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낙동강 녹조 탐사대’ 대장. 최상원 기자
“녹조가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 아는 것보다 녹조에 독성물질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3일 첫 현장 답사에 나선 김장수(68) ‘낙동강 녹조 탐사대’ 대장의 말이다. 경북 고령군에 사는 그는 지난해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의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연구팀은 맹독성 발암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물로 재배된 벼와 무·배추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김 대장은 “정작 우리나라는 녹조 독소 잔류 기준조차 갖고 있지 않아 정부가 (이 교수 발표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시민이 직접 조사해서 그 위험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부산 출신으로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뒤 수십년을 조선소 등에서 일하다 퇴직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부산 연제구 연산8동에 살면서 지역 하천인 온천천의 수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함께 꾸린 ‘온천천 살리기 운동’에도 참여했다. 퇴직하고 경북 고령군 낙동강변으로 귀촌하면서 낙동강 녹조 문제가 눈에 들어왔고, 환경운동연합에 가입하면서 급기야 탐사대 대장직까지 맡게 됐다.
“녹조 독성물질이 발생 단계에서 밥상까지 이르는 경로를 조사해야 합니다.” 김 대장은 탐사대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경대 연구팀이 낙동강물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녹조가 품고 있는 독성물질을 발견했으니, 거기서 한걸음 더 나가 낙동강물이 양수장과 취수장을 거쳐 논과 밭으로 흘러가는 ‘앞 단계’를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김 대장 등 탐사대원들은 이날 양수장 등에서 채집한 물을 분석하기로 부경대 연구팀과 협의를 마쳤다.
김 대장은 “탐사에 나서기 전 이승준 교수한테서 물 채집 방법을 따로 배웠다. 이 방법은 녹조 독소 잔류 기준을 가진 미국 등에서 물 채집하는 방식과 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녹조 독성물질 확인을 위한 물 채집법은 일반적인 강물 오염도 분석을 위한 물 채집법과는 다르다고 한다. 표면·중간·바닥 등 깊이에 차이를 두고 물을 뜨는 통상적인 물 채집법과 달리, 녹조 분석용 물 채집은 수면을 5m 크기의 격자 형태로 나눈 뒤 9곳에서 표면의 물을 뜬다.
“낙동강은 흐르는 강이 아니라 고여 있는 호수입니다. 보를 열고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방법이 아니고선 어떤 대책을 내놔도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김 대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낙동강 녹조 탐사대’는 지속적인 탐사를 통해 안일한 정부를 반드시 움직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