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는 국제 캠페인 ‘RE100’에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방침을 세웠다. RE100은 영국 런던에 있는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의 주도로 2014년 시작된 기업들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약속이다. 25일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을 보면 RE100을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363곳이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에어비앤비, 쓰리엠(3M), 스타벅스, 버버리, 나이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스케이(SK)그룹,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15개사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의 가입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다만 목표년도가 언제일지가 관건이었다. 삼성 쪽은 아직 전세계 차원의 RE100 달성 목표년도 등을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글로벌 트렌드인 RE100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 전해지고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목표년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던 상황이었다. 2020년 7월 삼성의 경쟁사인 대만의 반도체회사인 TSMC(티에스엠시)는 일찌감치 RE100에 가입했다.
삼성의 이러한 조심스러운 행보는 해외와 국내 상황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삼성전자도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내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재생에너지 구매가 가능한 지역에서 구매를 늘리고, 협력업체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지원하고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CDP) 프로그램에 가입해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사업장은 2019년부터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녹색요금제 전력구매계약(PPA) 직접 투자 등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RE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린피스 등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은 삼성전자의 세계 총 전력 사용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과 주요 사업장인 베트남의 주요 생산 시설은 여전히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는 지난 12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 하이닉스도 전체 국가 풍력·태양광 생산량보다 20%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달 30일 엠버가 발간한 ‘글로벌 전기리뷰’에서는 지난해 한국 태양광과 풍력 발전략은 전체의 4.7% 수준이었다.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전력생산량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의존도는 전체 발전량의 약 6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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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과제는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선행되고, 삼성전자 자체 생산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하기 위한 노력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보고서를 펴내면 4가지를 방법을 제언했다. 우선 한국과 베트남에서의 재생에너지 달성 목표를 수립하는 것을 요구했다. 두번째는 공장 인근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협력업체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협력업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삼성전자가 역할을 하라는 취지다. 세번째는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는데 과거 삼성전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만 구매해 이를 성과로 인정받았던 방식을 제외한 자가발전, 소규모 태양광 발전자 등을 위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정가격에 사줘 사업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 등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과 투자 사업을 옹호하는 활동을 정부, 전력회사, 계열사 등과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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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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