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전경. 1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 정지된 상태이고, 2호기는 내년 4월8일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연합뉴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6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관련 안전성평가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면서 국내 세 번째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원전에 반대하는 주민과 탈핵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문이 열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이를 허용하려는 쪽과 반대하는 주민·탈핵단체들과의 법적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 2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이 적용됐느냐를 놓고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안전법시행령은 계속 운전을 하려는 원자로 시설의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해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초 운영허가 당시가 아닌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한 평가를 통과하려면 시설 개선에 투입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디까지를 최신 기술로 보고, 이것을 적용하느냐 마느냐는 안전 문제를 넘어 수명 연장의 경제성까지 좌우하는 문제가 된다.
앞으로 진행될 심사 과정에서 어디까지를 최신 기술기준으로 볼 것이냐는 쟁점은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서 수명을 10년 연장하면 수명 만료로 영구 정지시키는 것보다 최대 6000억원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이익 규모 산정의 기초가 된 비용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어느 정도의 기술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최신 기술기준 적용은 앞서 이뤄진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서 이미 중요한 쟁점이 됐다. 탈핵단체들은 당시 원안위를 상대로 한 수명 연장 무효 소송에서 안전성 평가에 최신 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법원으로부터 위법했다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수원이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때 제출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서 중대사고에 따른 방사선 영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도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자로에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등의 중대사고에 따른 방사선 영향 평가는 애초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다 2012년 2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과 2016년 3월 원안위 의결에 따른 관련 고시 변경으로 의무화됐다.
원자력안전법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때 건설허가 당시 제출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와 달라진 부분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에 중대사고가 포함된 것은 최초 운영허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이때문에 원자력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중대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평가를 해야만 한다고 짚는다. 탈핵단체는 한수원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중대사고 방사선 영향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수명 연장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논란도 예고돼있다. 원자력안전법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는 초안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주민 의견을 수렴해 평가서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의견 수렴 대상인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은 약 335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원안위가 부산시의 요청에 따라 비상계획구역을 고리원전 반경 20~21㎞에서 28~30㎞로 확대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부산시 계획구역 안 인구만 46만여명에서 235만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때는 중대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리 2호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주민 335만명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절차를 포함해 앞으로 진행될 수명연장 추진 전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는지 세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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