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의 기후·에너지와 환경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변화의 시발점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10대 공약의 하나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약속했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기로 한 현 정부와 달리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는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계속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당장 내년 4월로 허가 기간이 끝나는 고리 2호기를 포함해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호기 등 윤 당선자 임기 중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6기의 수명 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당선자는 이처럼 원전 이용을 늘려 전체 발전원 중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29%대인 원전 비중은 2050년에 6.1~7.2%까지 내려간다. 지난해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엔디시)로 확정하며 2030년의 전원믹스(발전원 구성)로 원자력 23.9%, 신재생에너지 30.2%를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기후·에너지 관련 주요 계획들을 원전 확대 계획에 맞춰 수정, 이른바 ‘탈원전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서 배제한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등이 그런 것들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유엔에 2030년 NDC를 제출했으나,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에 해당하는 ‘감축 로드맵’은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축 로드맵 작성은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작성할 감축 로드맵은 공약한 대로 원전 비중을 늘리면서 현 정부가 2018년 대비 14.5%로 잡아둔 산업 부문 감축률을 완화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산업계 부담이 과도하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제일 먼저 감축 로드맵부터 만들어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전력 부문을 빨리 탈탄소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정상화해 온실가스 감축이 모든 국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첫 단추로 꼽는 대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가정용 기준)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고 확보한 재원을 에너지 전환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 정부는 발전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해 한국전력의 적자를 부풀린다는 비판에 떠밀려 오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다.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는 윤 당선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현 정부가 한국전력과 협의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대로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안전과 결부된 경제성 문제,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지역 주민·탈핵환경단체들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수명 연장을 하려면 국내외 최신 기술 수준에 맞춰 설비를 개선한 상태에서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월성1호기 소송에서 확인됐다”며 “그런 설비 개선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이 기준의 적용을 요구하는 싸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환경분야에서 주목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하고 일부 강에 설치된 보를 개방하는 등이 조처를 취해 왔다. 반면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재자연화’ 공약도 백지화할 뜻을 보이자 강력 반발해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