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 중인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대한 기대가 ‘역시나’로 벌써부터 나앉는 모양새다. 기후전문가들의 우려나 도시에 모인 세계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6일 스웨덴의 크레타 툰베리 등 전세계 청소년·청년들은 ‘액션의 날’로 이름 붙인 연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1일 낮 2시30분(현지시각)부터 3시간가량 이어진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세션의 주제는 ‘행동과 연대'였다. 2015년 파리협정의 이행규칙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해온 국제사회의 반성과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담겼다. 당사국 197개국의 130여개 나라 정상이 참여한 이번 정상세션으로 전세계 눈과 귀가 집중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참여 독려는 공허했고, 다른 나라 정상들의 약속 또한 눈길을 끌만하지 못했다. 즈음해 세계 탄소배출 3위 국가인 인도는 2070년을 탄소중립 시점으로 목표한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보다 ‘중요한’ 뉴스인 꼴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10분께 5분간의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30 엔디시(NDC)를 국제사회에 처음 내놓으며 “종전 목표보다 14% 상향한 과감한 목표이며,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자평했다. 메탄가스를 2030년까지 30% 감축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한국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가량 강한 메탄을 빠르게 줄이는 것이 남은 10년 동안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미국, 영국 등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2일 국제메탄서약에 가입할 예정이다. 다만 천연가스 시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비중(전체 메탄의 35%)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나 농업 부문에서의 기술 변화 등의 단중기 미래상은 제시되지 못한 상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소를 폐지할 것”도 약속했지만, 이 역시 국제사회의 요구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 정부 출범 후 석탄발전소 8기 조기 폐쇄, 올해 말까지 2기 추가 폐쇄,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 중단,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중단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영국의 기후에너지분야 싱크탱크인 엠버는 문 대통령의 2050년까지 탈석탄을 이루겠다는 발표 내용에 대해 “한국은 여전히 전체 전력의 36%를 석탄에서 얻고 있다. 2050년까지 탈석탄하는 것으로는 너무 늦다”고도 말했다.
무엇보다 COP26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에서의 정상간 탄소배출 목표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의 ‘각자도생’은 향후 대표단 협상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주력하는 국외에서의 탄소감축 방식에 대한 협상도 마찬가지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내년 5월 개최하는 ‘세계산림총회’를 통한 남북한 산림협력 문제와 관련 “전지구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부분을 보면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논의와 산림 회복 복원 논의를 한다. 한국의 경우 엔디시(NDC)를 40%로 올리면서 해외 감축분을 활용하는 사업을 할 수 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상대로)도 하지만 북한과도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남북한이 산림협력을 통한다면 윈윈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쪽 시선은 곱지 못하다. 생태운동을 하는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남북산림협력사업은 불투명한 미래를 담보삼아 기후악당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며 “왜 우리가 배출해놓은 온실가스를 북한과 협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심성, 시혜성 사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정례화를 제안한 `청년기후서밋'에 대해서도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청년기후단체에 소속된 한 대학원생은 “이미 미래세대의 회의들이 있고, 청년기후단체 행사도 많은데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라고 (해) 미래세대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거나 소통이 더 잘될 것 같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말고 지금 힘 있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게 기후위기 대응에는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글래스고/최우리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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