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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식당 메뉴엔 탄소발자국 ‘주문 압박’… COP26, 쓰레기와의 전쟁

등록 2021-11-01 17:59수정 2022-01-06 13:44

[COP26 글래스고 통신 3]
탄소감축 논의 위해 탄소배출 ‘딜레마’
COP26, 쓰레기 등 줄이려 안간힘
푸드코트선 음식 탄소배출량 소개
나무수저·다회용컵·천마스크 제공
폐기물 의제 결론 도출도 가능할까
COP26 행사장 내 설치된 식당 메뉴판. 음식별 탄소발자국이 수치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COP26 행사장 내 설치된 식당 메뉴판. 음식별 탄소발자국이 수치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피시앤칩스 1인분에 1.1kgCO2e, 샐러드 보울은 0.2~0.5kgCO2e, 해기스(다진 양 내장과 곡물 등을 섞어 양의 위장에 채워 넣은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는 3.4kgCO2e.

지난 10월31일(현지시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행사장인 글래스고의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행사장 한쪽엔 각국 정부와 기업 인사, 기자, 시민들을 위한 푸드코트가 마련됐다. 다만 메뉴판에는 일반 음식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정보가 하나 추가됐는데, 음식의 이름과 가격 외 해당 음식이 제공되기까지의 탄소배출량, 이른바 ‘탄소발자국’이 수치로 낱낱이 적혀 있다. 음식의 양과 맛, 가격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먹기 위해 뿜어내는 탄소 역시 메뉴를 고를 때 고려돼야 할 중요 요소라고 소개한 셈이다.

COP26은 각국 정부 대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지만, 동시에 전 세계 인파가 한 곳에 몰리며 많은 양의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참가자들의 일회용품 이용을 최소화하고 물품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SEC 행사장 푸드코트 메뉴판에는 음식의 탄소배출량이 함께 나온다. 김민제 기자
SEC 행사장 푸드코트 메뉴판에는 음식의 탄소배출량이 함께 나온다. 김민제 기자

종이그릇에 담긴 라면과 종이스푼과 포크, 스테인리스 소재의 물병. 물병에는 재사용하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최우리 기자
종이그릇에 담긴 라면과 종이스푼과 포크, 스테인리스 소재의 물병. 물병에는 재사용하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최우리 기자

음식을 담는 용기도 다회용품이거나 일회용 플라스틱보다 썩기 쉬운 종이 소재였다. 푸드코트에서는 종이그릇에 음식을 담아주고 나무 포크와 수저를 제공했다. 행사장을 분주하게 오가는 참가자들의 손에는 파란색 다회용 컵이 들려 있었다. 입점한 식당과 카페에서 대부분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두꺼운 플라스틱 소재의 다회용 컵을 제공했다. 다회용 컵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한국 카페에도 최근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 컵을 사용한 뒤 정해진 장소에 버리면 전문 업체가 수거·세척해 다시 쓰는 방식이다. 또 이곳 식당과 카페 메뉴판에 표시된 큐알(QR)코드를 찍으면 기후변화와 재활용에 대해 안내하는 소개 페이지가 등장했다.

행사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비품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로 채워졌다. 참가자 등록을 마치면 물과 마스크 등 개인 방역품, 주변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교통카드가 제공되는데, 대부분 재사용하도록 된 다회용 제품이다. 물병은 스테인리스 소재로 얇은 일회용 플라스틱병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래, 여러번 쓸 수 있다. 물병 겉면에는 ‘다시 채워서 또 쓰라’(refill and reuse)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마스크의 경우 필터 교체가 가능한 검은색 면 마스크였고, ‘트래블 패스’(Travel Pass)라는 이름의 교통카드에도 ‘재사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나왔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COP26 기간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197개 당사국 정부의 대표단과 국제기구, 시민단체, 산업계 인사 등 2만명가량의 인구가 모이는 대형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 인원이 COP26가 열리는 2주 동안 행사장 내부에서 먹고 마시며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과 이들에게 참가 등록증, 행사장 안내를 위해 설치된 표지판 등 각종 물품들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세계인들이 결집하는 이동경로에서만 배출한 인자별 탄소배출량은 어떠한가.

COP26 행사장에 입점한 카페에서는 다회용컵을 제공한다. 음료를 다 마신 뒤 정해진 곳에 반납하면 수거해 세척하는 방식이다. 김민제 기자
COP26 행사장에 입점한 카페에서는 다회용컵을 제공한다. 음료를 다 마신 뒤 정해진 곳에 반납하면 수거해 세척하는 방식이다. 김민제 기자

행사장 내부의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COP26 총회 결과를 통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합의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번 COP26에서는 기업과 환경단체가 참여해 쓰레기 발생과 처리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순환경제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 등 폐기물 관련 의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다.

글래스고/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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