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민회의 참여 시민단이 4차례에 걸쳐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벌목 논란’이 일었던 산림청의 목재 수확 정책에 대해 찬성 의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차 조사에서 “경제림은 나무를 베고 심는 산림경영으로 우수 수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92%에 이르렀는데, 이는 2차에 비해 6.7%p 오른 수치였는데, 질문 문구나 설문 전 강연을 통해 산림청 주장이 강조된 측면도 적지 않아보인다.
29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탄소중립 시민회의 참여 시민단 2~4차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경제림의 경우 나무를 베고 심는 적극적인 삼림경영으로 불균형한 수령구조를 개선하고 우수한 수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86.1%→88.2%→92.8%로 올랐다. 당시 시민들이 받은 질문은 “우리나라 산림의 67%가 수령이 30~40년으로 탄소흡수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 부문에 대한 의견이나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었다. 나무들이 탄소흡수량이 적다는 설명을 한 뒤 질문을 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나이든 나무의 생태우수성, 산림생태계 전부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나이든 나무의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질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생물다양성 등을 고려해 경제림이라고 해도 벌채행위는 규제해야 한다’에 대한 찬성 답변은 80.6%→72.9%→73.7%로 줄었다. ‘국산 목재는 탄소저장고로 인정받기 때문에 경제림의 목재를 수확해 잘 이용해야 한다’에 대한 찬성 답변도 83.4%→87.6%→93%로 증가했다. 다만 벌기령(벌채해 이용할 수 있는 나이) 이하 나무 벌채 금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91.7%→87.3%→89.8% 비율이 유지됐다.
탄소중립위원회 참여시민 설문조사 산림 부문 결과와 해당 질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답변은 지난 5월께 불거진 벌목 논란 당시 산림청이 내세운 논리와도 유사하다. 앞서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탄소중립 시민회의 대토론회’ 1세션에 참여해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급(나무의 나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역설했다.
유튜브에 남아있는 대토론회 1일치 영상을 보면 박 원장의 강연 중에는 “숲의 탄소 흡수량을 봐야 한다. 2008년 이후 급격히 순흡수량(산림의 전년도 탄소 저장량에서 당해연도 탄소 저장량을 뺀 수치)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 숲이 나이가 들었다. 30~40년을 넘어서면 순흡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나무를) 잘 심고 잘 가꾸고 수확해서 선순환 체계를 만들자는 게 저희 주장이다”, “산림이 제공하는 전체 기능이 지속가능하려면 나무의 나이들이 골고루 풍부해야 한다”, “나이가 어린 나무가 점차 나이든 나무를 대체해야 하는데, 어린 나무가 없으면 인구절벽 같은 현상이 생긴다”는 발언을 하며 기존 산림청 주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차 설문조사는 박 원장 강의를 들은 당일과 이튿날 진행됐다.
시민들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기후정책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94.5%(4차)로 높았다. ‘탄소중립 시민회의 공론화 과정이 공정했다’는 답변은 75%(4차), ‘전반적인 공론화 과정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61%(4차)로 이보다 다소 낮았지만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지난 11~12일 탄소중립 시민회의에서는 마지막 행사로 시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일반 시민들도 시청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중계됐지만 참여 인원은 많지 않았다.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 정도는 ‘숙의’라고 보기엔 미흡한 지점도 있었다. ‘자료집을 어느 정도 보았는지’에 대한 4차 조사 답변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절반보다 많이 봤다(3/4정도)’가 38.3%였고 ‘절반 정도 봤다’가 19.9%, ‘절반보다 적게 봤다’ 8.4%, ‘전혀 보지 않았다’가 0.4%였다.
지난 1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 나선 학습·숙의 과정을 충실히 참여하고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한 50대 참여 시민은 “개인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도 “이달 11~12일 진행된 온라인 대토론회때 시민들이 질문을 많이 남겼는데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학습을 통해) 정부나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됐는데 이들이 탄소중립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번 숙의과정을 통해 답을 듣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기업과 정부가 해야할 일이 많은데 국민들에게만 질문을 하냐는 의견도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많았고, 정부를 향해 정책을 보다 촘촘하게 세울 것을 건의하는 이들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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