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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정의로운 전환’, 지역 공동체와 노동 현장에서 답 찾아야

등록 2021-09-02 14:37수정 2021-12-27 17:41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이것만은 반드시⑤]
지난 7월4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환경단체 체인저스가 삼척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4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환경단체 체인저스가 삼척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전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더욱 빨라졌다고 경고했다 . 이럴 경우 각종 이상기후가 늘어나는 등 지구적 위기도 위기지만 , 언제나처럼 ‘없는’ 이들부터 힘겹게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 사회경제 체계·산업구조·생활방식 모두의 변화, 즉 전환이 요구된다. 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했다 . 기후변화 대처에 있어서 존속이 어렵거나 포기해야 할 산업이 있다면 노동자와 지역공동체의 주도적 참여 속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바꿔야 한다고 했다. 생산과 유통, 소비, 분배까지 모두 포괄해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문제제기와 싸움 끝에 이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가치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국제기구들도 채택한 경로 중 하나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일부에서는 지금의 경제산업구조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포기할 수 없고, 이를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도 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산업전환은 녹색으로 치장됐고, 현재의 경쟁력을 잃지 않게 하자는 것에 그칠 우려가 크다.

물론 정부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입을 수 있는 전환 과정에서의 피해를 공정하게 지원해주겠다고는 한다. 그러나 지금 거론되는 정책들이 기후위기 대책인지, 구조조정 대책을 장착한 업계 지원책인지 헷갈린다는 점이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전환이 지금껏 경험한 것처럼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조정의 반복이어선 안 된다. 피 해를 볼 수 있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사후에 일부를 지원하고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 이 사회가 유지해온 많은 걸 포기하고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를 만들어온 현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돌려막기가 아니라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산업구조를 바꾸는 큰 틀의 전환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변모하는 다양한 노동을 포괄하는 새 노동법 체계 확립과 노동권의 확대, 작업장에서의 안전과 탈탄소 공정을 실현하는 대등한 노사관계 , 사회안전망과 사회복지의 강화까지 폭넓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진중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가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제라도 위원회가 출범한 게 어디냐고 덕담을 나누기에는 안타깝게도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지난달 5일 탄중위가 내놓은 시나리오가 , 야당의 요구가 있어서였지만 여당이 합의하면서 녹색성장 개념이 더해진 ‘탄소중립법’이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500여명의 시민들이 숙의를 하는 ‘탄소중립 시민회의’는 형식적 의견수렴이 아니냐는 질문이 남는다. 무엇을 , 어떻게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겠는지 뜻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잡음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볼 때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녹색 덧칠을 할 뿐 탄소중립이라는 기후위기 대응은 일부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탄중위를 만나 뜻도 전달했다 . 그러나 탄중위나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모두 테이블에 참여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미 답은 정해져있고 형식적으로 한번 불러서 이야기를 듣고 마는 ‘ 답정너 ’ 방식이 아니라 , 신뢰를 바탕으로 논의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변화를 찾아야 진정한 전환이 가능하다.

김석 |  민주노총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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