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한미군이 사용하다가 반환할 예정인 기지 대부분이 기름과 중금속에 오염됐으며, 특히 기름과 납 오염 정도는 국내 기준치의 네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일 <한겨레>가 입수한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 대책’(2005년 10월4일, 환경부 작성)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문서를 보면, 2005년에 정밀조사를 한 15개 주한미군 기지 가운데 용산헬기장을 제외한 14개 기지의 토양 오염이 국내 환경기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기지의 평균치를 보면, 기름에 오염된 정도를 나타내는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는 2000㎎/㎏을 넘어서, 공원이나 체육용지로 사용할 경우 예방조처가 필요한 ‘우려 기준’ 500㎎/㎏의 네 배 이상이었다. 이런 수치는 토지 이용을 중지해야 하는 ‘대책 기준’ 1200㎎/㎏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납의 경우도 400㎎/㎏을 초과해, ‘우려 기준’ 100㎎/㎏은 물론, ‘대책 기준’ 300㎎/㎏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5c(표 참조)

기지별로 보면, 기름 종류의 오염 농도가 가장 심한 곳은 춘천의 페이지 기지로,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5만552㎎/㎏이었다. 그 다음은 게리오웬 4만7819㎎/㎏, 스탠톤 2만3724㎎/㎏, 그리브스 2만9072㎎/㎏, 하우즈 2만7901㎎/㎏, 자이언트 2만767㎎/㎏ 차례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미군기지에서 심각한 기름누출 사고가 있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페이지 기지의 경우에는 휘발성이 강한 유류인 ‘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BTEX)도 무려 1152㎎/㎏로, 공장용지나 도로 용도의 기준(우려 기준 80㎎/㎏, 대책 기준 200㎎/㎏)으로 따져도 오염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납 오염 정도도 심각해, 텍사스 사격장 1만5200㎎/㎏, 그리브스 기지 1만275㎎/㎏, 오클라호마 사격장 5030㎎/㎏, 노스캐롤라이나 사격장 4990㎎/㎏, 하우즈 기지 970㎎/㎏ 등이 기준치를 심각하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 오염과 별도로 벌인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에서는, 모두 8곳에서 석유계 총탄화수소, 페놀, 벤젠 등 오염물질이 오염지하수 정화 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우즈 기지의 경우 48곳 조사대상 가운데 32곳에서 페놀이 기준치(0.005㎎/ℓ)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100배가 훨씬 넘는 최대 0.353㎎/ℓ까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에드워드 기지도 페놀이 28곳 중에서 23곳에서 기준치를 넘었고, 0.523㎎/ℓ까지 나와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실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자료를 열람한 뒤 기자들에게 대략의 내용을 밝힌 일이 있으나, 기지별 조사 결과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