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시스가 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실은 현대건설 비판 전면 광고. 기후미디어허브 제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전면에 “전기차를 만들면서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모순”이라는 내용의 현대건설 비판 광고가 실렸다. 최근 현대건설(현대E&C)은 베트남 꽝빈성에 지어질 꽝짝1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해 국내외 기후·환경단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는 “기후를 생각해 전기차를 만들면서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모순”이라며 현대건설을 비판하는 전면광고가 등장했다. 광고 이미지에는 석탄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장면을 묘사하며 ‘모순적’(IRONIC)이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현대차 대표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IONIQ)을 비튼 표현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이번 신문광고는 호주 환경단체 마켓 포시스(Market Forces)가 기획한 것으로, 현대건설을 향해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켓 포시스는 광고를 통해 “현대가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지으면서 지속가능성을 내세울 수는 없다. 현대차와 현대건설은 석탄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진심으로 기후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1건설공사와 함께 컨소시움을 구성해 베트남 중부 꽝빈성에 건설될 1200MW급 꽝짝1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설계·조달·시공 사업자로 지난달 선정됐다. 이에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석탄을넘어서 등 국내 기후·환경단체들과 마켓 포시스, 미래를위한금요일(Friday For Future·FFF) 등 해외 기후·환경단체들은 지난 19일 각각 국문과 영문은로 된 서한을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보냈다. 이들은 “꽝짝1 석탄발전소 참여를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 석탄과 관련된 어떤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방침’을 공식적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해당 단체들에 보낸 답신에서 “사업 발주처인 베트남전력공사(EVN)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환경기준보다 강화된 초초임계압 발전기술을 입찰 조건으로 반영해 발주를 진행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추가 설비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위기에 있어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오는 23일 이사회 보고를 통해 탈석탄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2021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사전행사인 탄소중립 실천 특별세션에 화상으로 참여해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다양한 수소차를 보급하겠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 사회 구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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