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24일 환경부는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를 열어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담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환경단체는 4대강 보 처리 문제부터 처리하라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낙동강 취수원 이전 논란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가 <한겨레>에 ‘낙‘똥’강, 취수원 이전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보내왔다. 김 명예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반대와 강 복원에 앞장서 왔다.
낙‘똥’강 하류의 주민들은 병도 많고 수명도 짧다면서 상수원수 취수원을 상류로 옮겨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물그릇을 키우면 그에 비례해서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면서 낙동강 물그릇을 11배 키우고, 거기다 4조원을 들여 BOD 배출량을 95%, 인 배출량을 90% 줄여 깨끗하게 해놓겠다고 했다. 주장대로라면 낙동강 물은 이제 있는 그대로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낙동강 물을 바로 마시면 죽는다. 여름만 되면 녹조가 걸쭉하게 끼는데 이런 물을 마시고 짐승과 새들이 떼죽음을 하고 사람도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는 5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Erie)호에서 취수를 하는데 취수원 인근에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자 시는 즉각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하고 음식점들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생수병을 공급했다. 그런데 이리호의 녹조는 우리 낙동강의 녹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녹조는 시안 박테리아라고도 불리는 남조류가 원인인데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한 맹독을 뿜는다. 이 물질은 간세포를 파괴하여 두통, 열,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고 미량을 오래 복용하면 간질환을 비롯한 만성피해를 일으킨다. WHO는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1 ppb(물 무게의 10억 분의 1) 이하로 정하였는데 이는 맹독으로 사용이 금지된 DDT와 같은 수준이다. 지금 낙동강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WHO 기준의 수백배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이 녹조가 발생하는 지역에서 간암이 증가하였다고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4대강 사업이 끝난 2013년부터 2016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낙동강, 금강, 영산강 지역에서 간질환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생명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녹조가 창궐한 강을 옆에 둔 채 취수원을 상류로 옮기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이 독성 물질은 물을 마시지 않더라도 농작물이나 바람에 휘날린 비말을 통해서 인체에 들어온다. 그리고 낙동강의 상류에는 깨끗한 물도 찾기 어렵고 상류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도 없다.
이 문제를 가장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수문들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물은 흘러 교란이 생기면 녹조가 번성하지 못한다. 금강과 영산강의 녹조가 수문을 개방한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그리고 강에서 긁어내어 농경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도로 강에다 넣어야 한다. 모래는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수질이 이전보다는 훨씬 더 깨끗해 질 것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으로 “BOD 부하를 95% 줄였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문을 닫아 놓으면 큰비가 올 때에 땅 바닥을 쓸고 온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댐에 모이는데 그 중 많은 양이 바닥에 쌓인다. 이것이 낙‘똥’강 오염의 주범이다.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큰비는 오히려 강을 재생시키고 비가 안 올 동안에는 정수처리를 거친 물만 강에 들어가기 때문에 하수처리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오염이 극심하던 안양천 중랑천이 깨끗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낙동강에는 ‘보’라고 이름 붙인 댐들을 줄줄이 세웠는데 이는 큰 재난을 불러 올 수 있다. 하나의 댐이 무너지면 그 하류의 댐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1975년 중국에서 반차오(板橋) 댐이 무너지면서 하류의 62개의 댐들이 줄줄이 다 무너져 23만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도 수문을 열고 또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물들을 정리를 해야 한다.
물은 하늘이 유역의 주민들과 또 거기에 사는 생물들에게 베푼 것이므로 대통령이나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유역의 주민들이 강의 미래상을 세우고 권리와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지, 주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