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낙동강 하굿둑 인근에서 확인된 뱀장어의 모습. 환경부 제공
지난 4~5월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했더니, 이전까지 관찰되지 않던 뱀장어가 둑 상류에서 나타나는 등 생태계 회복 가능성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해양수산부, 부산광역시,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난 4월26일부터 5월21일까지 낙동강 하굿둑을
1차 개방한 결과, 안정적인 기수역(바다와 강이 만나 다양한 수생태계를 이루는 지역)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1차 개방은 해수면 높이가 하천 수위보다 높아 바닷물이 하천으로 들어올 수 있는 시기를 포함해 약 한 달간 진행됐다. 총 179만㎥의 바닷물이 유입됐다. 환경부는 내일인 22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낙동강 하굿둑을 2차로 개방한다. 올해
1, 2차 개방을 포함해 모두 3∼4개월간 둑을 열 예정이다.
1차 개방 결과를 보면 개방 전 둑 상류에서 보이지 않던 바다 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기수역 생태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드러났다. 특히 둑 상류 3개 지점과 하류 2개 지점에서 개방 전·후로 어류를 조사해보니, 개방 전 상류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뱀장어가 개방 후 포착됐다. 또 개방 직전 수문 하류에서 관찰된 숭어는 둑의 표층부를 개방하자 상류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둑의 저층부를 개방했을 때는 어린 숭어의 이동이 수중 어류를 관찰하는 시시티브이(CCTV)에 관찰됐다.
지난해 6월4일 오후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굿둑 9번 수문이 열려있다. 연합뉴스
하굿둑 개방으로 인해 바닷물의 염분이 하천으로 확산했지만, 인근 지하수에 침투하는 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차 개방 기간 동안 바닷물은 수위와 밀도 차이에 의해 모두 하천으로 유입됐는데, 이때 하천의 염분은 상류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며 하굿둑 기준 최장 10㎞지점에서까지 확인됐다. 하지만 강우와 상류 유량 증가로 더 이상 확산하지 않았다. 또 주변 지역 지하수에 염분이 확산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총 293개소의 관측정에서 수위와 염분 변화를 관측했지만, 평상시 변동 범위 내에 머물러 농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굿둑 개방은 다음달 20일까지 한 달 간 다시 진행된다. 2차 개방 때는 수문을 1개만 열었던 1차 개방과 달리 수문 2개를 열고 유입되는 물의 양도 늘린다.
첫 번째 대조기(바다수위가 하천수위보다 높은 시기)에 수문 1개를 열어 가능한 한 매회 바닷물을 유입시킨 후, 두 번째 대조기 때 유입 횟수는 줄이고 수문은 2개 개방해 회당 유입량을 늘리는 식이다. 진명호 환경부 수생태보전과 과장은 이처럼 다른 조건으로 둑을 개방하는 이유를 두고 “다양한 조건에서 수문 개방을 실험해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둑 개방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 하굿둑은 부산 사하구 하단동과 강서구 명지동 사이를 잇는 낙동강 하구를 가로막은 둑이다. 1987년 준공 이후 바닷물 역류를 막아 주변 지역의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 공급을 원활하게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차단해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며 둑을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정부는 32년 만인 2019년 6월과 9월 이틀 동안 둑을 개방하고, 지난해 6~7월 한 달간 개방 실험을 진행했다.
환경단체 쪽에서도 이번 개방 결과가 낙동강 하굿둑의 생물다양성 복원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다. 최대현 낙동강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께 낙동강 하굿둑 시범개방을 했을 때도 뱀장어가 다수 발견되는 등 어류 생태계에서 즉각적인 개선 반응이 나타났다”며 “이번 1차 개방 결과도 개방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청신호다. 올해 실험 개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상시개방을 이뤄 기수역의 생물다양성이 복원되고 수질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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