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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한겨레는 2세들의 한글스승 미국서 인터넷으로 읽어요”

등록 2018-05-23 16:03수정 2018-05-30 11:04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96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 23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부근의 서니베일에서 자그마한 호텔을 경영하는 박순우(59)씨의 하루는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머리맡의 컴퓨터가 켜지면 박씨는 바로 인터넷으로 들어가 <한겨레신문>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그날치 신문을 읽노라면 여기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박씨는 마음에 드는 기사가 눈에 띄면 출력지로 뽑아내 호텔까지 들고 간다. 호텔을 찾은 한국 손님들에게 출력지를 나눠주고 고국 얘기를 하다보면 로비에선 함박 웃음이 피어난다. 혼자 보기 아까운 칼럼이나 기사를 복사해 이웃들에게 돌리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기쁨이다.

박씨는 "하루라도 이 일을 거르면 하루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다"며 웃었다.

지난 72년 홀몸으로 미국땅을 밟은 박씨는 <한겨레신문> 창간 때부터 구독을 시작했다. 비행기로 오다 보니 1주일이나 늦게 배달됐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 찍혀나오는 국내 일간지도 꽤 있었지만 박씨는 끌리지 않았다.

"국민이 정성을 모아 만든 신문이라 애정이 갔습니다. 어떤 압력에도 굽히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서 보도하는 신문은 미국에서도 드물죠."

박씨는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 인터넷 서비스가 실시되자, 즉시 구독방법을 바꿨다. 이젠 이역만리 떨어진 고국 소식을 빠르게 알 수 있다. 컴퓨터를 통해 보는 신문은 자녀에겐 한글 선생님 구실도 한다.

1남1녀를 둔 박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고국의 말과 문화를 잊을까봐 항상 마음 졸였다고 한다. 한국말을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읽고 쓰기는 모자라는 자식들에게 박씨는 <한겨레신문>을 한글교재로 권했다. 처음엔 귀찮아하던 이들도 컴퓨터를 통해 <한겨레신문>을 보면서 재미를 붙여, 요즘엔 아버지보다 더 열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인터넷 <한겨레신문>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박재동 화백의 '한겨레 그림판'이다. 잘못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어내는 그림판을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한다.

"인터넷 <한겨레신문>이 새로운 정보와 시각으로 좀 더 나은 이민사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낯선 땅에 사는 동포들이 컴퓨터를 통해서나마 고국의 일을 바로 알면 애달픈 향수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겨레신문> 창간 8돌을 축하하는 고마움을 듬뿍 담은 말이다.
구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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