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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자가진단 키트’ 쓰자는데…정확도 낮은 방식이 초래할 위험

등록 2021-04-13 07:59수정 2021-04-13 09:57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PCR검사 아닌 자가진단 키트 사용, 수면 위 부상
민감도 낮은 검사방식 쓰면 ‘거짓 음성반응' 속출
음성 핑계로 방역 소홀해져 되레 감염전파력 키워
‘정확도 60%이상+접촉자 추적’땐 억제 효과 기대
한국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사용 여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 ABC뉴스 유튜브 갈무리
한국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사용 여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 ABC뉴스 유튜브 갈무리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로 전 국민 백신접종을 꼽는다. 한국은 4월11일 기준으로 전 국민의 2.25%인 약 115만명이 1차접종을 마친 상황이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과 기저질환을 가진 국민들이 모두 백신접종을 마치고 항체를 보유하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 전까지는 대규모 감염 확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역을 잘 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일일 신규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서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4차 대유행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많은 것은 검사를 받지 않거나 못해서, 찾지 못한 감염자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포항시와 여주시의 선제 검사 결과는 ‘찾지 못한 감염자’가 신규확진자 못지 않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적극적인 진단 검사를 통해 더 많은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해야 할 필요성이 거론된다.(관련 링크: ‘찾지 못한 감염자’가 신규확진자 추월했나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90146.html)

선제적 진단검사에 기존 PCR검사 방식이 아닌 다른 검사 방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 선별진료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감염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정확도가 낮은 검사 방식은 감염자를 제대로 못 찾아낼 확률이 높고, 감염자인데도 감염자가 아니라고 판정되는 ‘위음성 감염자’가 방역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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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도와 특이도로 따지는 진단검사의 정확성

진단검사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실제 감염자를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와 실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를 나타내는 특이도로 판단한다. 민감도가 95%인 경우, 감염자 100명을 검사하면 95명에게서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감염자라고 제대로 판정하지만, 나머지 5명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감염되지 않았다고 잘못 판정한다. 특이도 95%라면 감염되지 않은 사람 100명중 95명에서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감염되지 않았다고 제대로 판정하지만, 5명은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감염됐다고 잘못 판정한다.

선별진료소에서는 코 깊숙한 곳에서 채취한 검체를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 방식으로 검사해 감염 여부를 가린다. 이런 방식의 PCR검사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100%에 가까운 정확한 검사라는 것이 장점이지만, 검체를 체취하는 데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검사 건수를 단시간에 대량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검체 여러개를 섞어 PCR검사를 하는 취합검사 방법도 있다. 검체만 충분히 확보되면 비슷한 시간에 더 많은 검체를 검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만큼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그 그룹에 속한 사람들만 따로 개별 PCR검사를 하는 과정을 거쳐 감염자를 가려낸다. 여러 검체를 섞는 만큼 민감도가 약간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액(침)을 검체로 사용하는 PCR 검사 방식도 있다. 검체 체취에 전문인력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민감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는 타액 PCR검사와 취합검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주기적인 선제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속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 같이 검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빨리 나오는 검사방식이 있다. 하지만 민감도가 많이 낮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확한 성능 검증과 사용 허가 유무도 문제다.

민감도가 낮은 검사방식에서 감염자가 아니라고 잘못 판정되면, 감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자가진단검사 키트.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웹사이트
민감도가 낮은 검사방식에서 감염자가 아니라고 잘못 판정되면, 감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자가진단검사 키트.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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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성 감염자와 접촉자 추적의 영향은?

민감도가 50%인 검사방식으로 선제적 전수검사를 하면 실제 감염자의 50%를 감염자로 진단해 격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50%는 감염자가 아니라고 잘못 판정하는 위음성 감염자다. 감염자로 판정되지 않기 때문에 격리할 수도 없다. 위음성 감염자들이 감염자가 아니라고 믿고 개인 방역을 더 소홀히 하면, 이들로부터의 감염전파가 커지면서 전체 감염확산 규모를 줄이는 효과는 줄어든다. 만약 전체 감염자의 50%인 위음성 감염자들이 검사를 안했을 때와 비교해 두배 이상으로 감염전파를 한다면, 오히려 감염확산 규모가 더 커진다.

반면 낮은 민감도의 검사로 감염자의 일부만 찾아냈어도,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면 놓친 감염자 일부를 추가로 더 찾아낼 수 있다. 그럴려면 접촉자는 민감도가 높은 PCR검사로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한다. 검사로 놓친 감염자 일부를 더 찾아낼 수 있다는 면에서, 접촉자 추적을 병행하는 것은 낮은 민감도로 인한 문제 일부를 보완할 수 있다.

검사방식의 특이도는 감염이 안됐는데도 감염됐다고 잘못 판정하는 ‘거짓 양성’ 또는 ‘위양성’ 문제를 일으킨다. 양성이 나온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PCR검사를 반복하면, 이들을 거의 다 걸러낼 수 있기때문에 위양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음성 감염자가 감염전파를 더 많이 하는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수치화할 수 있다. 음성 감염자 역효과는 검사를 안했을 때와 비교해 감염전파력이 같으면 1이 되고, 감염전파력이 2배로 커지면 2가 되는 식이다. 한편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해서 감염자를 더 찾아내는 ‘접촉자 추적 효과’는 추가로 찾아내는 감염자의 비율로 수치화할 수 있다. 추가로 찾아내는 감염자가 없으면 0이 되고, 추가로 찾아내는 감염자수가 기존 확진자수의 30%이면 0.3이 되는 식이다.

진단검사의 민감도에 따라 전체 감염확산 규모가 증가하는지 또는 감소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프. 진한 빨간색일수록 효과가 더 부정적이고 진한 파란색일수록 효과가 더 긍정적이다.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접촉자 추적으로 감염자를 얼마나 더 찾아내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0은 접촉자 추적을 안하거나 한다고 해도 추가로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다. 0.3이면 접촉자 추적으로 확진자 수의 30%에 해당하는 감염자를 추가로 찾아낸 경우다. 세로축은 거짓 음성으로 판정된 감염자들이 검사를 안했을 경우와 비교해 얼마나 더 감염전파를 하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1이면 똑같은 경우이고, 2이면 검사를 안했을 때보다 감염전파력이 2배 더 커지는 경우다. 민감도 80%와 60% 결과의 파란색 실선은 ‘접촉자 추적 효과’의 최대값을 가르킨다.
진단검사의 민감도에 따라 전체 감염확산 규모가 증가하는지 또는 감소하는지를 나타낸 그래프. 진한 빨간색일수록 효과가 더 부정적이고 진한 파란색일수록 효과가 더 긍정적이다.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접촉자 추적으로 감염자를 얼마나 더 찾아내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0은 접촉자 추적을 안하거나 한다고 해도 추가로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다. 0.3이면 접촉자 추적으로 확진자 수의 30%에 해당하는 감염자를 추가로 찾아낸 경우다. 세로축은 거짓 음성으로 판정된 감염자들이 검사를 안했을 경우와 비교해 얼마나 더 감염전파를 하는지를 수치화한 값이다. 1이면 똑같은 경우이고, 2이면 검사를 안했을 때보다 감염전파력이 2배 더 커지는 경우다. 민감도 80%와 60% 결과의 파란색 실선은 ‘접촉자 추적 효과’의 최대값을 가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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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방식 민감도별로 추정해본 선제검사 효과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와 ‘접촉자 추적 효과’를 변수로 해서 감염확산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자. PCR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PCR검사를 받고, 그들을 제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검사에만 민감도가 낮은 검사 방식을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민감도는 80%, 60%, 40%, 20%를 선택했다. 빨간색 계열의 색이 나타내는 부분은 검사를 안했을 때와 비교해 전체 감염확산 규모가 증가하는 경우다. 더 진한 빨간색일수록 더 부정적이다. 반면 파란색 계열의 색이 나타내는 부분은 전체 감염확산 규모가 감소하는 경우다. 더 진한 파란색일수록 더 긍정적이다.

민감도가 80%인 검사방식을 사용해 선제적 진단검사를 하는 경우,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 수치가 5를 넘으면 감염확산 규모는 증가하고 5보다 작으면 감염확산 규모는 감소한다. (그림 왼쪽 위) 위음성 감염자의 감염 전파력이 검사를 안했을 때보다 다섯배 커지는 것이 감염확산 증감을 가르는 문턱 값이라는 얘기다. 그 값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선제 진단검사로 감염확산 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국적으로 감염확산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선제적 진단검사의 규모가 충분히 커야 한다. 이럴 경우 경제적 사회적 비용 등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민감도가 60%인 검사방식을 사용하면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의 문턱값은 2.5가 된다. (그림 오른쪽 위) 접촉자 추적이 효과가 있으면, 감염확산을 증가시키는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의 문턱 값은 2.5보다 더 커진다. 이 값도 적지 않은 값이기 때문에, 선제적 진단검사를 통해 감염확산 규모를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효과적인 접촉자 추적을 병행하면, 60% 민감도의 선제적 진단검사도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민감도가 40%인 검사방식을 사용하면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의 영향이 커진다. (그림 왼쪽 아래) 그 수치가 1.67, 다시 말해 검사를 안했을 때와 비교해 위음성 감염자의 감염 전파력이 1.67배 이상이면, 전체 감염확산이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 이 민감도의 검사방식을 사용하려면, 검사 이전에 ‘음성이 나와도 감염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적극적인 접촉자 추적과 병행한다는 조건에서 선제적 진단검사로 감염확산 규모를 줄일 수 있어 보인다.

민감도가 20%인 검사방식을 사용하면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림 오른쪽 아래). 감염확산 규모의 증감을 가르는 문턱 값이 1.25에 불과하다. PCR검사를 받아야 할 감염자 일부가 이 방식의 검사를 받는 것만으로 위음성 감염자 역효과가 문턱값 1.25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전체 감염확산이 더 증가하는 부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위음성 감염자의 역효과가 완전히 없다는 보장과 철저한 접촉자 추적이 있어야 선제적 진단검사를 겨우 고려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상 감염확산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민감도다.

실제 상황에서 선제적 진단검사를 대규모로 시행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검사 비용과 시간, 인력, 사회적 동의 등이 그것이다. 감염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 관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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