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4월부터 새로 적용하는 새 기후평년값(1991∼2020년 30년 평균)의 계절길이와 이전 평년값(1981∼2010년)과의 비교.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25일 “서울의 벚꽃이 24일 관측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폈다”며 “평년보다는 17일 이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때 평년은 1981∼2010년 30년 평균값을 말한다.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 기준에 따라 10년마다 기후평년값을 산출해 적용하고 있다. 이 기후평년값이 다음달부터 새 기준값으로 바뀐다.
기상청은 이날 “1991∼2020년까지 최근 30년 동안의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새로운 기후평년값을 다음달부터 기후요소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해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새로 산출된 기후평년값은 기후변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새 기후평년값으로는 12.8도로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상승했다. 1980년대에 비해 2010년대가 0.9도 올랐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전국적으로 크게 올랐지만 지역별로 상승폭이 달라 중부내륙지방이 가장 컸다. 또 최고기온보다는 최저기온 상승이 뚜렷했다.
월별 변화에도 차이가 있어, 3월 최고기온은 이전 평년값에 비해 0.6도나 높은 데 비해 12월에는 오히려 0.2도가 낮았다. 겨울철 한파가 좀더 일찍 오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김병준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장은 “이번 새 기후평년값을 산출하면서 그동안 제공하던 83개 요소에 한파일수, 열대야일수, 폭염일수, 일교차일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9개 기상통계요소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폭염과 열대야 현상은 이전 평년값에 비해 각각 1.7일과 1.9일이 증가했으며,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에는 이전 10년(2001∼2010년)보다 각각 3.1일, 2.7일이 늘어났다. 반면 한파일수는 이전 평년값보다 0.9일이 줄어들었는데, 지난 10년 동안에는 이전 10년보다 0.4일 줄어들었다.
계절 길이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91∼2020년에는 봄과 여름이 1981∼2010년에 비해 2∼6일 일찍 시작하면서 기간 자체가 각 4일씩 길어진 반면 겨울은 7일이 짧아졌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지난 100년 동안 기상 기록이 남아 있는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6곳의 평균값을 비교해보면, 최근 30년 평균 계절길이가 과거 30년 평균에 비해 여름은 21일 증가한 반면 겨울은 20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수량에서는 큰 변동이 없으나 지역별, 시기별로는 변화가 있었다. 새 기후평년값으로 전국 연강수량은 1306.3㎜로 이전 평년값(1307.7㎜)와 비슷했지만 중부지방은 감소한 반면 제주와 영남지방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과 9월에는 강수량이 줄어든 데 비해 10월에는 증가했다. 김 센터장은 “1980년대에는 10월 강수량에 영향을 준 태풍 수가 1개였던 데 비해 2010년대에는 6개까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근해 바닷물온도(해수온)는 이전 평년값에 비해 새 평년값이 0.3도 올라 동아시아 해역(0.2도 상승)보다 상승폭이 컸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에는 0.8도로 급격히 상승했으며, 특히 1월의 상승폭(1.4도)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새 기후평년값을 기존 73개 지점 단위로 제공하던 것을 219개 시군 단위로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이전에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1곳 값만 제공하던 것을 구별로 확대해 모두 25개 지점별로 기후평년값을 제공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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