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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비행시간으로 사진 찍는 ToF카메라의 원리

등록 2021-03-02 08:59수정 2021-03-02 09:42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빛이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 측정
각 지점의 거리정보 모으면 디지털 영상 생성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시속 100km의 속도로 운전해 1시간을 달리면 자동차가 움직인 거리는 100km다. 똑같은 속도로 2시간을 운전해 달리면 200km를 움직인다. 움직인 거리는 속도에 운전한 시간을 곱해 계산할 수 있다. 30분을 운전했으면 0.5시간이므로, 움직인 거리는 (시속 100km) × (0.5시간) = 50km다.

시속 900km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자. 이 속도를 유지하며 1시간을 날아가면 900km를 날아가고, 2시간을 날아가면 1800km 날아간다. 10시간을 날아가면 9000km 날아간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비행기가 날아간 거리도 비행기의 속도와 ‘비행시간’을 곱해 계산할 수 있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그리고 기상 상태에 따라 비행기의 속도가 변하는데, 그런 경우는 시간을 잘게 쪼갠 후, 각 시간 구간별로 평균 속도와 시간을 곱해 더하면 거의 정확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위 그림:자동차의 속도를 알고 있을 때, 운전시간으로 움직인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아래: 비행기의 속도를 알고 있을 때, 비행시간으로 날아간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거리는 속도에 시간을 곱해 계산한다.
위 그림:자동차의 속도를 알고 있을 때, 운전시간으로 움직인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아래: 비행기의 속도를 알고 있을 때, 비행시간으로 날아간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 거리는 속도에 시간을 곱해 계산한다.

날아가는 ‘비행’을 뜻하는 ‘flight’와 시간을 뜻하는 ‘time’을 이용하면 비행시간은 flight time 또는 time of flight로 표현할 수 있다. 요즘 휴대폰 카메라 관련 기사를 보면 ‘ToF’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풀어쓰면 ‘Time of Flight’다. 말 그대로 ‘비행시간’을 의미한다. 비행시간으로 무엇을 한다는 걸까?

ToF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와는 조금 다른 영상을 만든다. 보이는 그대로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부터의 거리 정보를 담은 영상을 만든다. 기본 원리는 빛을 물체에 비춰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로부터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ToF 카메라는 이렇게 계산한 거리 정보를 모아 디지털 영상을 만든다.

ToF 카메라는 빛을 내는 광원과 빛을 감지하는 감지기(센서: sensor)가 한 쌍으로 작동한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인 적외선을 광원으로 많이 사용한다. 카메라의 광원을 떠난 빛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카메라로 다시 돌아온다. 빛이 날아간 거리는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왕복한 거리다. 비행시간(ToF: Time of Flight)은 왕복 거리를 날아가는 비행시간이다. 따라서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실제 거리는 ‘비행시간’으로 계산한 거리를 반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촬영대상이 3m 떨어져 있다고 하자. ToF 카메라의 빛이 날아가는 거리는 3m를 왕복한 거리이므로 6m다. 빛은 1초에 30만km 또는 3억m를 날아가므로, 이 거리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억분의 2초에 불과하다. 거리가 약간 다른 물체 사이의 거리도 구분할 수 있으려면, ToF카메라는 이보다 훨씬 짧은 시차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센티미터(cm)의 정확도로 거리를 측정할 수 ToF 카메라는 1나노초(10억분의 1초)보다 짧은 시차도 구분할 수 있다.

ToF카메라를 찍은 영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카메라와 물체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거리를 기반으로 해서 일반 카메라의 포커스를 바로 맞출 수 있다. 영상 안에 있는 다른 여러 물체의 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물체 사이에 가상의 영상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영상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물류 분류작업 또는 제품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로봇은 물체와의 거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수다. ToF 카메라는 이런 로봇의 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적외선 광원에서 나온 빛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ToF 카메라로 되돌아간다. ToF 카메라는 비행시간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해 거리의 정보를 담는 디지털 영상을 만든다. 아래 왼쪽 그림이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면, 같은 장면을 ToF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 오른쪽 그림과 같이 각 점의 밝기가 거리를 나타내는 디지털 사진을 만든다. 아래 오른쪽 그림에서 하얀색은 비행시간이 짧은 가까운 거리를 나타내고, 어두울수록 비행시간이 더 긴 먼거리를 나타낸다. (모든 그림은 실제 사진이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사진이다.)
적외선 광원에서 나온 빛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ToF 카메라로 되돌아간다. ToF 카메라는 비행시간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해 거리의 정보를 담는 디지털 영상을 만든다. 아래 왼쪽 그림이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면, 같은 장면을 ToF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 오른쪽 그림과 같이 각 점의 밝기가 거리를 나타내는 디지털 사진을 만든다. 아래 오른쪽 그림에서 하얀색은 비행시간이 짧은 가까운 거리를 나타내고, 어두울수록 비행시간이 더 긴 먼거리를 나타낸다. (모든 그림은 실제 사진이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사진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장착하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또는 Light Imaging, Detection, And Ranging )도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부터 거리를 측정한다. ToF 카메라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라이다는 전후 좌우 360도를 모두 측정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ToF 카메라라고 부르는 대신 라이다라고 부르고 있는 것만 보면, ToF 카메라와 라이다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장치임을 알 수 있다.

ToF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군사 및 항공분야에서 사용됐다. 레이다(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가 그것이다. ToF 카메라나 라이다가 적외선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근처의 빛을 사용하는 반면, 레이다는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주로 사용한다. 전자레인지에 이용하는 전자기파도 같은 부류다. 마이크로파가 날아가는 속도도 빛의 속도로 같기 때문에 비행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도 ToF 카메라나 라이다와 같다.

ToF의 원리를 이용하는 동물들도 있다. 박쥐나 돌고래는 초음파 소리를 내고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낸다. 빛 대신 소리를 이용한다는 것이 다를 뿐, 소리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부터 거리를 잰다는 것은 ToF 카메라와 그 원리가 같다. 해군 함정이나 어선에 주로 쓰이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도 소리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한다. 레이더의 마이크로파는 물에 거의 대부분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소리는 물속에서 비교적 먼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

박쥐와 돌고래가 초음파로 물체와의 거리를 인지하는 방법의 원리도 ToF 카메라 (또는 라이다)와 레이더의 원리와 같다. 빛 대신 소리가 날아가는 시간으로 거리를 인지한다는 점이 다르다. 해군 함정이나 어선에서 이용하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원리도 같다.
박쥐와 돌고래가 초음파로 물체와의 거리를 인지하는 방법의 원리도 ToF 카메라 (또는 라이다)와 레이더의 원리와 같다. 빛 대신 소리가 날아가는 시간으로 거리를 인지한다는 점이 다르다. 해군 함정이나 어선에서 이용하는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의 원리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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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받은 분자 질량 측정기술에도 이용

과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Time of flight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분자가 어떤 분자인지 알려면 분자의 질량을 알아내는 것이 기본인데,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Time of Flight를 이용한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은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다나카 고이치가 박사학위 없이 학사학위만 지니고 노벨상을 받아 화제였다. 수상 내용은 고분자(단백질과 같은 큰 분자)의 종류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질량분석과 관련된 기술이다. ToF가 이 분자 질량분석법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

ToF 질량분석법 원리: 같은 운동에너지로 날아갈 때, 질량이 큰 분자일수록 더 느리게 날아간다. 그만큼 분자 탐지기까지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질량이 클수록 같은 거리를 날아가는 비행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원리를 이용하면, 분자의 비행시간(ToF)으로부터 분자의 질량을 알아낼 수 있다.
ToF 질량분석법 원리: 같은 운동에너지로 날아갈 때, 질량이 큰 분자일수록 더 느리게 날아간다. 그만큼 분자 탐지기까지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질량이 클수록 같은 거리를 날아가는 비행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원리를 이용하면, 분자의 비행시간(ToF)으로부터 분자의 질량을 알아낼 수 있다.

전자가 하나 없거나 하나 더 가지고 있는 분자에 전기장을 걸어 가속하면 종류가 다른 분자도 같은 운동에너지로 날아가게 할 수 있다. 운동에너지가 같을 경우 분자가 날아가는 속도는 분자의 질량이 크고 작음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분자는 더 빠르게 날아가고 무거운 분자는 더 느리게 날아간다. 같은 거리를 날아간다면, 가벼운 분자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 짧은 시간 동안 날아가고, 무거운 분자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긴 시간 동안 날아간다. 이렇게 날아가는 비행시간(ToF)이 분자의 질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날아가는 분자의 비행시간을 측정하면 분자의 질량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분자 질량 분석에 사용되는 용어로서의 ToF(Time of Flight)는 과학자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수십년 동안 사용해 왔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레이다와 라이다에 이어 최신 휴대폰 카메라에 장착된 ToF 카메라는 빛이 날아가는 비행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고, 이를 통해 얻은 거리정보로 여러 응용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사용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ToF(비행시간)의 개념은 더는 과학자나 전문가에 한정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까지 파고들고 있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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