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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평평함’은 어떻게 다를까?

등록 2021-02-16 08:59수정 2021-02-16 15:23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둥그런 지구 위에서의 수평은 볼록한 모양이지만
회전으로 만든 인공중력에서 수평은 오목한 모양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의 ‘수평’은 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픽사베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의 ‘수평’은 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픽사베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를 ‘수평’이라고 한다. 수평인 곳에 뭔가를 가만히 올려놓으면 미끄러지거나 굴러가지 않는다. 제대로 설치한 당구대 위가 그렇다. 수평으로 맞춘 당구대 표면은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어져 있지 않다. 이런 당구대 위에 가만히 올려 놓은 당구공은 일부러 굴리거나 큐대로 치지 않는 이상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의 ‘수평’은 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평인 표면은 중력의 방향과 직각이다. 표면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저절로 한쪽으로 굴러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다. 당구대 위에 연필을 올려 놓는다면, 막대가 어느 방향으로 놓여 있어도 연필의 방향은 중력의 방향과 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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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이 ‘평평하다’라는 것을 의미할까?

수평인 당구대 표면은 적어도 눈에 보이기에는 평평하다. 하지만 ‘수평이다’라는 것이 항상 ‘평평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그만 연못에 있는 잔잔한 물의 표면은 평평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다와 같이 매우 넓은 곳에서는 물이 아무리 잔잔하더라도 더 이상 평평하다고 말하기 곤란하다. 지구 자체가 공모양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의 크기는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거의 같지만, 중력의 방향은 지구의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많이 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서울의 지구 정반대에 위치한 남미의 대서양 바다에서는 중력의 방향이 서울과는 완전히 반대다.

평균 지름이 1만2742km인 지구에서는, 한쪽 방향으로 111.2km 갈 때마다 중력의 방향이 1°씩 변한다. 111.2km의 90배인 1만km 떨어지면 중력의 방향은 90° 꺾인다. 180배인 2만km 떨어진 곳은 지구 중심을 가로질러 있는 지구 정반대 지점이어서 중력의 방향은 완전히 반대 방향이다.

같은 한국 땅에서도 중력의 방향이 적지 않게 변한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직선 거리는 약 325km다. 이 정도 거리에서 중력방향은 2.92°만큼 변한다. ‘그림 1’처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아주 긴 그리고 완벽하게 평평한 평면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평면의 가운데를 서울에 놓고 한쪽 끝은 부산을 향하게 한 다음, 수평계를 사용해서 평면의 서울 부분을 수평으로 맞춘다고 하자. 그러면 그 평면의 부산쪽 끝 부분도 수평일까?

부산에 있는 한쪽끝의 평면은 수평과 비교해 2.92°만큼 기운다. 부산에서의 중력 방향이 서울에서와는 2.92°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운 방향은 서울을 향한다. 만약에 부산 쪽에 있는 평면 위에 공을 올려놓으면 공은 기울어진 평면을 따라 서울 방향으로 저절로 굴러 간다. 반면 서울 쪽의 평면은 수평으로 맞춰져 있으니 공을 올려놔도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수평으로 맞춘 서울 쪽 평면이 서울의 땅바닥에 놓여 있다면 부산에서 이 평면은 8300m 더 높은 곳에 위치한다.

그림 1.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가상의 완벽한 평면을 만들어 서울 쪽 위치에서 수평을 맞춘 경우: 부산에서 이 평면은 수평에서 2.92° 기운다. 서울 쪽 평면은 수평이어서 가만히 놓은 공은 어디로도 굴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 쪽 평면은 서울을 향해 기울어서 공이 서울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림 1.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가상의 완벽한 평면을 만들어 서울 쪽 위치에서 수평을 맞춘 경우: 부산에서 이 평면은 수평에서 2.92° 기운다. 서울 쪽 평면은 수평이어서 가만히 놓은 공은 어디로도 굴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 쪽 평면은 서울을 향해 기울어서 공이 서울 방향으로 굴러간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87.4km다. 울릉도 해수면에서 수평으로 맞춘 완벽한 평면이 독도까지 이르면, 그 평면은 독도 해수면 600m 상공에 위치한다. 독도의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68.5m이기때문에, 울릉도 해변에서는 독도가 바다 수평선에 가려 직접 볼 수 없다. 하지만 최고 높이가 984m인 울릉도 성인봉의 중간 높이로만 올라가도 독도를 직접 볼 수 있다. 반면 독도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 오키 섬까지의 거리는 158km다. 오키 섬에서 독도를 직접 보려면 해수면에서 1800m 높이까지 올라가야 한다. 오키 섬의 최고 높이는 600m정도이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딛고는 독도를 직접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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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인 면이 완벽하게 평평하려면?

완벽하게 평평하면서 수평이기도 한 표면은 어떤 걸까? 평평한 표면 위의 어디에서나 수평이라는 것은 중력의 방향이 어디에서도 표면에 직각인 아래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경우의 하나가 무한히 평평한 표면이다. 우주 어디에도 이런 곳은 존재하지 않지만, 상상으로는 이런 천체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천체구조 위에서 지구 위의 중력과 같은 크기의 중력이 만들어지려면 그 두께가 얼마나 되어야 할까? 부피당 질량, 다시 말해 질량 밀도가 지구의 평균 질량밀도와 같다고 가정하면, 두께가 4240km이어야 한다. 만약 질량밀도가 지구 껍데기인 지각의 평균 질량밀도와 같다면, 그 두께는 9000km이어야 한다.

이런 상상의 평평한 천체 구조 위에서의 중력은 지구 위에서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높이와 관계없이 중력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고 일정하다. 따라서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곳에서는 인공위성도 불가능하다. 추진력 없이 상공에 있을 수 있는 궤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가 존재한다면 양력을 이용한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림 2. (위)지구에서는 수평인 표면이 공모양으로 볼록한 모양이다. 중력의 방향은 지구 중심을 향하는 방향이고, 중력의 크기는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아래) 무한히 넓은 평면에서 중력의 방향은 어디에서도 평면에 수직인 방향이고, 중력의 크기는 평면에서 멀어져도 변하지 않는다.
그림 2. (위)지구에서는 수평인 표면이 공모양으로 볼록한 모양이다. 중력의 방향은 지구 중심을 향하는 방향이고, 중력의 크기는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아래) 무한히 넓은 평면에서 중력의 방향은 어디에서도 평면에 수직인 방향이고, 중력의 크기는 평면에서 멀어져도 변하지 않는다.

천체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기는 중력뿐만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드는 중력까지 고려하면, 완전히 평평한 수평을 만드는 방법이 또 있다. 다른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을 한 방향으로 가속하면, 우주선 안에는 관성력으로 불리는 인공중력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인공중력의 방향은 우주선이 가속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고, 그 크기는 우주선 어디에서도 같다. 완전히 평평한 책상을 우주선 안에 설치하고 한 위치를 수평으로 맞추면, 책상 위의 다른 어느 위치에서도 수평을 유지한다. 수평이 완전히 평평해지는 것이다. 다만 그 크기는 우주선 크기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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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중력으로 만드는 오목한 수평

지표면의 모든 위치에서 수평인 면을 모아 연결하면 지구 모양과 같은 공 모양이 된다. 수평인 표면이 볼록하다는 얘기다. 수평이 오목한 경우도 있을까? 인공중력을 만들면 수평이 오목한 모양이 되는 것이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지구 주위를 로켓 추진없이 도는 우주정거장 안에서는 무중력 상태다. 로켓으로 발사는 했지만 이후 우주에서 추진력 없이 관성으로만 날아가는 우주 탐사선안에서도 무중력 상태다. 이런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이 회전하면 그 안에서는 관성력의 하나인 원심력으로 인공중력이 만들어진다. 1968년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를 비롯해 많은 SF영화에 등장해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rpm으로 불리는 분당 회전수가 일정하고 회전 중심에서의 거리가 같으면, 인공중력의 크기도 같다. 인공중력의 방향은 회전 중심에서 멀어지는 방향이다. 인공중력의 크기는 회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커진다. 회전 중심에서 같은 거리로 만들어지는 모양은 동그라미다. 이런 동그라미 위에서 같이 돌면 바깥방향으로 향하면서 크기는 같은 인공중력을 경험한다.

만약에 우주에서 회전하는 도넛 모양의 구조물 안에 물을 일부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 ‘그림 3’에서처럼 물은 구조물 안의 바깥부분을 동그랗게 채운다. 물 표면이 만드는 모양은 회전하는 방향으로 오목한 모양이다. 다시 말해 수평이 오목한 모양이다. 하지만 회전 축 방향으로는 물표면 또는 수평이 일직선이어서 완전한 오목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오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3. 회전하는 우주정거장 또는 우주선 안에서의 인공중력: 인공중력은 바깥방향으로 향한다. 안에 채워진 물의 수평면은 회전하는 방향으로 오목하다. 이곳에서 평평한 책상을 설치하고 책상 중심을 수평으로 맞추면, 중심에서 회전하는 방향으로 약간만 벗어나도 책상면은 수평이 아니다. 그 곳에 공을 놓으면 회전하는 바깥방향으로 굴러간다.
그림 3. 회전하는 우주정거장 또는 우주선 안에서의 인공중력: 인공중력은 바깥방향으로 향한다. 안에 채워진 물의 수평면은 회전하는 방향으로 오목하다. 이곳에서 평평한 책상을 설치하고 책상 중심을 수평으로 맞추면, 중심에서 회전하는 방향으로 약간만 벗어나도 책상면은 수평이 아니다. 그 곳에 공을 놓으면 회전하는 바깥방향으로 굴러간다.

아주 평평한 책상을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에 설치했다고 하자. 이 책상의 중심을 수평으로 맞춰 놓으면, 수평으로 맞춘 부분은 인공중력의 방향과 직각이다. 하지만 회전하는 방향에 있는 책상 가장자리에서는 인공중력 방향은 책상 표면과 직각이 아니기 때문에, 수평이 아니고 책상 중심에서 가장자리 방향으로 기운 상태다. 만약에 아주 잘 굴러가는 공을 책상 중심에서 약간만 벗어난 곳에 놓으면 공은 책상 가장자리 부분으로 굴러간다. 회전해서 만들어지는 인공중력에서는, 완벽한 평면의 한 지점을 수평으로 맞춘다고 해도 평면 위의 모든 부분이 수평은 아니라는 얘기다.

<주 : 무한 평면에선 거리와 상관없이 중력 크기가 똑같은 이유>

질량이 m인 한 조그만 덩어리가 있다고 하자. 이 덩어리에서 거리 r만큼 떨어진 지점에서의 중력 가속도를 뉴튼의 중력법칙을 적용해 계산할 수 있다. G는 중력상수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멀어질수록 중력 가속도는 작아진다.

무한히 넓은 평면 위에서 중력 가속도 g를 가우스 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면 3πGρd로 표면에서의 높이와 관계없이 일정하다. 여기에서 π는 원주율, ρ는 무한 평면의 질량밀도, d는 무한 평면의 두께다.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해 보자. 중력은 질량으로부터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예를 들어 조그만 질량 덩어리에서 2배 더 멀리 떨어져 있으면 중력은 4분의 1로 준다. 하지만 무한 평면 위에서의 중력가속도를 계산할 때는 위 그림처럼 거리가 2배 떨어지면 중력계산에 사용하는 똑같은 모양의 질량은 4배가 되기 때문에 최종 중력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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