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온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코로나19 치명률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감염자 중에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인 ‘감염자 치명률’과 검사를 통해 감염이 확인된 확진자 중에 사망한 사람의 비율인 ‘확진자 치명률’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증상 감염자를 검사를 통해 모두 찾아낸다면 ‘감염자 치명률’과 ‘확진자 치명률’이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한 모든 감염자를 100% 다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진자 치명률’은 ‘감염자 치명률’보다 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언론 보도로 접하는 코로나19 치명률은 ‘감염자 치명률’이 아닌 ‘확진자 치명률’이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던 2020년 봄 각국의 ‘확진자 치명률’을 보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주요 유럽국가들의 치명률은 10%에 육박하기도 했다.[1,2] 반면 한국은 2% 안팎의 상당히 낮은 치명률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3] 나라별로 치명률 차이가 컸던 것은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나라마다 달랐던 것이 주된 이유다. 당시 한국에서는 미리 진단 키트를 준비했기 때문에 신천지발 감염이 터졌을 때 많은 감염자를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유럽국가들은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해서 감염자 중에 일부만 확진자로 찾아내던 때였다. 그러다보니 확진자 수는 실제 감염자 수보다 훨씬 적었고, 적은 확진자 수로 계산한 ‘확진자 치명률’은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의 높은 치명률에 따른 공포도 상당했다.
2020년 1월 이후 한국의 코로나19 의심신고 및 신규 확진자 추이. 질병관리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을 거치면서 주요 국가들이 검사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여 감염자를 많이 찾아낼 수 있게 되면서 확진자 수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그만큼 늘지 않아서 ‘확진자 치명률’은 많이 낮아졌다.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고려해 계산하면, 주요 국가에서의 최근 몇개월간 사망한 사람들만으로 계산한 ‘확진자 치명률’은 대략 2% 전후다. 현재의 검사 시스템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 치명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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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경로 모르는 감염이 많아진 것의 의미
한국은 감염자를 잘 찾아내고 이들을 격리함으로써 감염확산을 비교적 잘 막아내는 몇 안되는 국가의 하나다. 최근에 감염 확산이 커지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 이상이 나오기는 하지만 서방의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수십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감염자 추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덕이 크다. 하지만 이전에 감염 확산을 잘 막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감염 확산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누구에게 감염됐는지를 모른다는 말인데, 이는 곧 감염시킨 사람 본인이 감염된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 시스템에 잡히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 또는 증상이 너무 경미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확진자 치명률’을 살펴보면 의미있는 변화가 보인다. 기간별로 나눠서 치명률을 계산해 보면, 6월15일~9월15일 석달 사이에 사망한 사람들의 치명률은 1.06%이지만 9월16일~11월 19일 두달간 사망한 사람들의 치명률은 1.88%다. 1.77배 증가했다. 확진자 치명률이 증가한 이유의 하나로 확진자 중에 고령층 비율 증가를 들 수 있다. 두 기간을 비교해 보면 60대 이상은 30.4%에서 33.7%로 1.11배 증가했고, 70대 이상은 12.1%에서 15.1%로 1.25배로 증가한 반면, 80대 이상은 3.4%로 거의 변화가 없다. '확진자 치명률' 증가 배수인 1.77배에 비해 훨씬 작다.
다른 어떤 원인이 9월16일 이후에 사망한 사람들의 ‘확진자 치명률’을 높였을까? 치료 방법이 후퇴했을 가능성은 적다. 만약에 바이러스 변이의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면, 확진자 중에 ‘무증상자' 비율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전 같았으면 확진되었어야 할 무증상자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면서 확진자 수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확진자 치명률’을 계산하는 분모가 작아지면서 치명률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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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확진 비율 낮아지면 치명률 늘고 감염 확산 커져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되고 안되고가 어떤 ‘확진자 치명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아래 그림에서 100명의 감염자가 있고 그 중에 50명은 증상이 있는 유증상 감염자고 나머지 50명은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중에 1명이 나중에 사망했다고 하자. 사망자 수를 감염자 수로 나눠 계산하는 ‘감염자 치명률’은 1/100 = 1%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놓치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있어서, 확진자 수로 나눠 계산하는 ‘확진자 치명률’로 치명률을 말하고 이는 ‘감염자 치명률’보다 크다. 그림의 왼쪽처럼 무증상 감염자 50명 중에 20명을 놓쳐 총 80명의 감염자만 확진됐다고 하면, ‘확진자 치명률’은 1/80 = 1.25%다. 놓친 무증상 감염자 20명은 누구인지 모르고 격리도 안되기 때문에 ‘깜깜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그림의 오른쪽처럼 무증상자 50명 중에 40명을 놓쳐 총 60명의 감염자만 확진됐다고 하면 ‘확진자 치명률’은 1/60 = 1.67%다. 감염자를 덜 찾아내게 되는 이유로는 감염자 추적 조사에 문제가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추적과 검사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이렇게 감염자를 예전보다 덜 찾아내는 이유만으로도 ‘확진자 치명률’은 증가한다. 놓친 40명의 무증상 감염자는 ‘깜깜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인데, 감염원이 늘어난 만큼 이후의 감염확산도 더 커진다.
그림의 예에서처럼 확진자 중에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나타나는 두가지 주요 특징들을 9월15일 이후의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번째 특징은 위에서 언급한 기간별 ‘확진자 치명률’ 증가이고, 두번째 특징은 대규모 집회와 같은 특수상황이 없이 ‘감염확산’이 커진점이다.
확진-사망 시차를 고려하면, 9월15일에 사망한 사람이 확진된 때는 대략 8월29일이다. 8월 중순 이후에 교회·광화문집회발 집단감염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41명까지 이르렀지만, 이 기간을 제외한 8월15일 이전 두달 반 동안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 평균은 50명 정도다. 반면 9월에 접어들어 교회·광화문집회발 감염이 어느 정도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일일 신규확진자는 9월16일에서 10월31일까지 평균 90명 정도로 유지된다. 하지만 11월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증가하는 일일 신규확진자수는 11월14일에는 200명이 넘고 11월 18일에는 300명이 넘는 등 감염 확산이 커지는 추세다.
정리하면 9월15일 이후에 사망한 사람들의 ‘확진자 치명률’이 증가한 것은 8월 말부터 확진된 사람들 중에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낮아진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부터 놓친 무증상 감염자들에 의한 감염이 계속되고 있었고, 11월 중순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감염이 본격적으로 크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확진자 중에 무증상자 비율이 작아짐에 따라 ‘확진자 치명률’이 높아지고 감염 확산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 ‘감염확산 위기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쌓아온 확진자 중 무증상 감염자 비율의 통계를 바탕으로, 현재의 확진자 중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높은지 아니면 낮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 무증상 확진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확진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들이 그만큼 적어진다. 감염자 추적 및 검사가 비교적 잘되는 경우로 감염 확산이 작아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면, 무증상자 확진 비율이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되면 확진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들이 많아진다. 감염 확산이 커지는 신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집회와 같은 특수상황은 그 자체로 감염확산이 커지는 신호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COVID-19 Coronavirus Pandemic, Worldometers,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2] COVID-19 Dashboard by the Center for Systems Science and Engineering (CSSE) at Johns Hopkins University (JHU), https://coronavirus.jhu.edu/map.html
[3]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질병관리청, http://ncov.mohw.go.kr/
[4] 코로나19 치명률, 4월 초 이후 2.4%대 일정…다양한 연령층서 발생, 윤복원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51550.html
[5] 코로나 고령 환자 늘었는데 치명률 급감한 이유는? 윤복원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645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