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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코로나 고령 환자 늘었는데 치명률 급감한 이유는?

등록 2020-10-06 10:02수정 2020-10-06 10:22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데이터로 본 한국의 코로나 상황 3(6~9월)
6월~9월 중순 치명률 1%대의 원인 분석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10월5일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10월5일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한국의 질병관리청은 매일 코로나19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발표한다.[1] 이 가운데 치명률은 당일 발표하는 ‘총사망자 수’를 ‘총확진자 수’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하지만 확진된 사람들 중 사망하는 사람은 확진된 후 수일이 지나 사망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 확진된 사람 중에 미래에 사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치명률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2] 반영해야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림 1. 사망자가 감염 사실을 확인한 때와 사망한 때와의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있다.[2] 이 시차를 반영한 확진자 수로 사망자 수를 나누면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림 1. 사망자가 감염 사실을 확인한 때와 사망한 때와의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있다.[2] 이 시차를 반영한 확진자 수로 사망자 수를 나누면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검사로 감염 사실을 확인한 때인 ‘확진 시기’도 감염자 추적 및 검사 역량과 전략에 따라 변한다. 신천지발 감염 확산 사태가 터진 초기에는 이미 많은 감염자들이 있었지만, 당시 방역 당국은 이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감염 사실을 검사로 확인할 수 있었던 때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사망한 이후에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경우까지 있었다. 반면 적극적으로 감염자를 추적하고 검사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무증상 상태일 때도 미리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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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는?

더는 감염 위험이 없고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확진자들은 격리에서 해제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격리해제자 수’도 매일 발표한다. 6월25일 이전까지는 24시간 간격의 검사에서 두번 연속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격리가 해제되었던 반면, 그 이후에는 ‘확진 후 10일이 경과한 기간 동안 임상 증상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로 격리해제 조건이 완화되었다.

‘격리해제자 수와 사망자 수의 합이 과거의 확진자 수’라는 사실을 이용하면 ‘확진과 격리해제 사이의 시차’를 추정할 수 있다. 감염 확산이 줄어든 기간에 추정한 ‘확진과 격리해제 사이의 시차’는 6월25일 이전에는 35일, 그 이후는 19일 정도다. 이 시차와 격리해제자 수, 그리고 사망자 수를 종합하면 특정 날짜에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를 추정할 수 있다.[3]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가 약 17일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총사망자 수를 17일 전의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로 나누면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림 2의 그래프에서 굵은 녹색 곡선으로 그린 데이터가 이렇게 계산한 치명률이다. 초록색 동그라미로 그린 ‘질병관리청 발표 치명률’은 녹색 곡선 아래에 있다. ‘질병관리청 발표 치명률’이 전반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걸 뜻한다.

그림 2.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반영한 치명률 (녹색 곡선).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치명률(초록색 동그라미)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값이다. 오른쪽 세로축 값이 치명률 값을 나타낸다. 검은색 동그라미는 질병관리청 발표 확진자 수이고, 파란색 마름모는 격리해제자 수와 사망자 수로부터 유추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다. 아래의 빨간색 막대기는 사망자 수에 20을 곱한 값이다. 왼쪽 세로축 값이 확진자와 사망자 수 값을 나타낸다.
그림 2.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반영한 치명률 (녹색 곡선).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치명률(초록색 동그라미)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값이다. 오른쪽 세로축 값이 치명률 값을 나타낸다. 검은색 동그라미는 질병관리청 발표 확진자 수이고, 파란색 마름모는 격리해제자 수와 사망자 수로부터 유추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다. 아래의 빨간색 막대기는 사망자 수에 20을 곱한 값이다. 왼쪽 세로축 값이 확진자와 사망자 수 값을 나타낸다.

그림 2의 그래프에서 녹색 곡선으로 그린 치명률을 보면, 시기에 따라 치명률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정도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천지발 감염 확산의 영향이 컸던 4월15일 이전에는 초기 며칠간의 요동이 지나간 후 치명률은 1%에서 2.4%까지 증가한다. 이후 6월15일까지는 2.42~2.46%로 치명률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6월16일부터 8월31일까지, 그리고 9월1일부터 9월15일까지의 두 구간에서는 치명률이 꾸준히 낮아져 1.84%까지 떨어진다. 치명률이 낮아지는 정도만 다르다. 9월15일 이후에는 다시 치명률이 서서히 높아지는 조짐이 보인다.

치명률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확진자 대비 사망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치명률이 감소한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확진자 대비 사망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간별로 따로 떼어놓고 그 기간 동안 사망한 사람과 이 사망자들이 확진되었을 시기의 확진자 수로 ‘기간별 치명률’을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계산한 ‘기간별 치명률’을 보면 치명률이 증가하는 첫번째 기간(3월16일~4월15일)에는 4.28%로 상당히 높다. 치명률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두번째 기간(4월16일~6월15일)에는 ‘기간별 치명률’이 2.61%로 감소한다. 치명률이 서서히 감소하는 세번째 기간(6월16일~8월31일)과 네번째 기간(9월1일~9월15일)에는 ‘기간별 치명률’이 더 감소해 각각 1.10%와 1.02%로 상당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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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별 치명률이 다른 이유 뜯어보니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의 ‘기간별 치명률’이 거의 1%로 매우 낮은 이유로 다음 몇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 검사로 확인된 사람들(확진자)의 비율이 늘어났을 수 있다. 감염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 비율이 늘어나는 경우다. 확진자 수로 나누는 치명률 계산의 특성상 분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2) 중증환자 치료 방법이 개선되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 노하우가 쌓여서 이전에는 사망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일부를 살리면 그만큼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3)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감염자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V형과 GH형이 유행했다고 한다.[4] 실제 종류별로 상대적으로 나중에 확산한 GH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으면, 그만큼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4) 고령층의 감염 비율이 줄었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발표한 연령별 치명률은 10월1일 기준으로 80세 이상은 21.3%, 70대는 7.2%, 60대는 1.2%, 50대는 0.4%다. 70세 이상의 고령층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상당히 취약하다. 따라서 고령층을 감염으로부터 잘 방어하면 전체 치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5)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이들을 감염으로부터 잘 보호하면 전체 치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4)의 경우와 일부 겹칠 수 있다.

네번째 경우인 고령층 감염 비율의 영향을 기간별로 확인해 보았다. ‘기간별 치명률’이 4.28%였던 첫번째 기간(3월16일~4월15일)에는 확진자 중 60대 이상과 70대 이상의 비율이 각각 31.3%와 18.1%다.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반영한 계산 결과다. ‘기간별 치명률’이 2.61%였던 두번째 기간(4월16일~6월15일)에는 60대 이상과 70대 이상 확진자 비율도 18.9%와 7.8%로 줄어들었다. 이 두 기간 동안은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줄어듦과 함께 ‘기간별 치명률’도 줄어들어, 고령층 확진 비율 감소가 치명률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세번째 기간(6월16일~8월31일)과 네번째 기간(9월1일~9월15일)에는 다시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상당히 늘었다. 그런데도 기간별 치명률은 오히려 1.10%와 1.02%로 상당히 낮다. 단순히 연령별 감염 비율의 변화만으로는 낮아지는 치명률을 설명하기 어렵다. 치료 방법 개선, 무증상 확진자 비율 증가, 바이러스 변이 등 다른 요인이 치명률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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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이후엔 치명률 다시 상승

다섯번째 구간(9월16일~10월2일)의 치명률은 다시 1.83% 근처에서 비슷하거나 약간 증가하는 추세가 보인다. ‘기간별 치명률’은 2.08%로 이전 세달 간의 평균 ‘기간별 치명률’ 1.06%보다 두배 가까이 큰 값이다. 이 기간의 60대 이상 또는 70대 이상 확진자 비율이 이전 기간보다 더 증가했다. 이전 네번째 기간과 다섯번째 기간 모두 각각 보름 정도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나 치료 방법 개선 등의 이유보다는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커진 것이 치명률 상승의 원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질병관리청, http://ncov.mohw.go.kr/

[2] 지난 4월초 발표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의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는 17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과총 온라인 공동포럼 - COVID-19 판데믹 중환자진료 실제와 해결방안, (2020년 4월 2일) https://youtu.be/yqu0Zehi2Js

[3] 5월 20일과 6월 15일 사이의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는 질병관리청 발표 ‘총확진자 수’로 대체했다.

[4] 코로나19: 한국도 재감염 의심 사례 발생... 최초 감염과 다른 점은? BBC news | 코리아, 2020년 9월21일, https://www.bbc.com/korean/news-5423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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