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데이터로 본 한국의 코로나 상황 3(6~9월)
6월~9월 중순 치명률 1%대의 원인 분석
데이터로 본 한국의 코로나 상황 3(6~9월)
6월~9월 중순 치명률 1%대의 원인 분석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10월5일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그림 1. 사망자가 감염 사실을 확인한 때와 사망한 때와의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있다.[2] 이 시차를 반영한 확진자 수로 사망자 수를 나누면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는? 더는 감염 위험이 없고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확진자들은 격리에서 해제된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격리해제자 수’도 매일 발표한다. 6월25일 이전까지는 24시간 간격의 검사에서 두번 연속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격리가 해제되었던 반면, 그 이후에는 ‘확진 후 10일이 경과한 기간 동안 임상 증상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로 격리해제 조건이 완화되었다. ‘격리해제자 수와 사망자 수의 합이 과거의 확진자 수’라는 사실을 이용하면 ‘확진과 격리해제 사이의 시차’를 추정할 수 있다. 감염 확산이 줄어든 기간에 추정한 ‘확진과 격리해제 사이의 시차’는 6월25일 이전에는 35일, 그 이후는 19일 정도다. 이 시차와 격리해제자 수, 그리고 사망자 수를 종합하면 특정 날짜에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를 추정할 수 있다.[3]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가 약 17일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총사망자 수를 17일 전의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로 나누면 좀 더 정확한 치명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림 2의 그래프에서 굵은 녹색 곡선으로 그린 데이터가 이렇게 계산한 치명률이다. 초록색 동그라미로 그린 ‘질병관리청 발표 치명률’은 녹색 곡선 아래에 있다. ‘질병관리청 발표 치명률’이 전반적으로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걸 뜻한다.
그림 2.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반영한 치명률 (녹색 곡선).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치명률(초록색 동그라미)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값이다. 오른쪽 세로축 값이 치명률 값을 나타낸다. 검은색 동그라미는 질병관리청 발표 확진자 수이고, 파란색 마름모는 격리해제자 수와 사망자 수로부터 유추한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 수’다. 아래의 빨간색 막대기는 사망자 수에 20을 곱한 값이다. 왼쪽 세로축 값이 확진자와 사망자 수 값을 나타낸다.
기간별 치명률이 다른 이유 뜯어보니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의 ‘기간별 치명률’이 거의 1%로 매우 낮은 이유로 다음 몇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 검사로 확인된 사람들(확진자)의 비율이 늘어났을 수 있다. 감염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 비율이 늘어나는 경우다. 확진자 수로 나누는 치명률 계산의 특성상 분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2) 중증환자 치료 방법이 개선되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 노하우가 쌓여서 이전에는 사망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일부를 살리면 그만큼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3)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감염자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V형과 GH형이 유행했다고 한다.[4] 실제 종류별로 상대적으로 나중에 확산한 GH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으면, 그만큼 치명률이 낮아질 수 있다. (4) 고령층의 감염 비율이 줄었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발표한 연령별 치명률은 10월1일 기준으로 80세 이상은 21.3%, 70대는 7.2%, 60대는 1.2%, 50대는 0.4%다. 70세 이상의 고령층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상당히 취약하다. 따라서 고령층을 감염으로부터 잘 방어하면 전체 치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5)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이들을 감염으로부터 잘 보호하면 전체 치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4)의 경우와 일부 겹칠 수 있다. 네번째 경우인 고령층 감염 비율의 영향을 기간별로 확인해 보았다. ‘기간별 치명률’이 4.28%였던 첫번째 기간(3월16일~4월15일)에는 확진자 중 60대 이상과 70대 이상의 비율이 각각 31.3%와 18.1%다.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를 반영한 계산 결과다. ‘기간별 치명률’이 2.61%였던 두번째 기간(4월16일~6월15일)에는 60대 이상과 70대 이상 확진자 비율도 18.9%와 7.8%로 줄어들었다. 이 두 기간 동안은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줄어듦과 함께 ‘기간별 치명률’도 줄어들어, 고령층 확진 비율 감소가 치명률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세번째 기간(6월16일~8월31일)과 네번째 기간(9월1일~9월15일)에는 다시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상당히 늘었다. 그런데도 기간별 치명률은 오히려 1.10%와 1.02%로 상당히 낮다. 단순히 연령별 감염 비율의 변화만으로는 낮아지는 치명률을 설명하기 어렵다. 치료 방법 개선, 무증상 확진자 비율 증가, 바이러스 변이 등 다른 요인이 치명률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9월 중순 이후엔 치명률 다시 상승 다섯번째 구간(9월16일~10월2일)의 치명률은 다시 1.83% 근처에서 비슷하거나 약간 증가하는 추세가 보인다. ‘기간별 치명률’은 2.08%로 이전 세달 간의 평균 ‘기간별 치명률’ 1.06%보다 두배 가까이 큰 값이다. 이 기간의 60대 이상 또는 70대 이상 확진자 비율이 이전 기간보다 더 증가했다. 이전 네번째 기간과 다섯번째 기간 모두 각각 보름 정도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나 치료 방법 개선 등의 이유보다는 고령층 확진자 비율이 커진 것이 치명률 상승의 원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질병관리청, http://ncov.mohw.go.kr/
[2] 지난 4월초 발표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의 ‘확진과 사망 사이의 시차’는 17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과총 온라인 공동포럼 - COVID-19 판데믹 중환자진료 실제와 해결방안, (2020년 4월 2일) https://youtu.be/yqu0Zehi2Js
[3] 5월 20일과 6월 15일 사이의 ‘제때 확진되었어야 할 사람수’는 질병관리청 발표 ‘총확진자 수’로 대체했다.
[4] 코로나19: 한국도 재감염 의심 사례 발생... 최초 감염과 다른 점은? BBC news | 코리아, 2020년 9월21일, https://www.bbc.com/korean/news-5423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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