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국보급 과학자’ 황우석 교수는 “국익을 위해 과학적 진실을 덮을 수 없다”는 ‘개미 생명과학자’들의 집요한 의혹 제기에 결국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개미군단의 중심에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bric.postech.ac.kr)의 젊은 생명과학자들이 있었다. 생명과학자들은 브릭을 근거지로 삼아 <피디수첩>이 여론의 공격 속에 중단되는 일방적 상황에서도 황 교수 논문의 사진조작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브릭에서 제기된 의혹과 토론은 곧 언론에 보도되고, <사이언스> 등 세계적 권위의 매체들로 퍼져 나갔다.
아이디 ‘anonymous’는 5일 브릭의 소리마당에 올린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글에서 줄기세포 사진 중복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이 글은 1만5천건이 넘는 조회를 기록하며 2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지방대학의 박사과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릉~’도 6일 ‘디엔에이지문 데이터 살펴보기’라는 글을 올렸다. 15일엔 미즈메디 병원 소속 연구팀이 <국제생식학회지>에 제출한 논문과 황 교수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 가운데 일부가 같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이런 의혹제기와 검증 요구는 결국 “2005년 논문의 근거가 된 줄기세포는 현재 없다”는 황 교수의 16일 기자회견을 끌어냈다.
소장 생명과학자들은 게시판에서 10여일 동안 과학적 근거와 진실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토론을 이어갔다. 브릭 게시판 운영자들은 24시간 꼼꼼하게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며 토론의 격조를 유지했다. 운영자들은 비방과 욕설, 추측성 글이나 정치적 글 등 논점을 벗어난 글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생명과학자들과 누리꾼들은 황 교수의 기자회견 뒤 “수준 높은 토론을 이끌어준 관리자에 감사한다”는 댓글을 잇따라 올렸다.
소리마당 관리자인 이강수(33) 연구원은 “과학은 여론에 따라가지 않고, 특정한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 만을 가지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는 황 교수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황 교수를 반대하려고 토론하지 않았다”며 “상당수가 열악한 비정규직 처지의 소장 학자들이 과학에 대한 애정과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토론에 진지하게 참여해 눈물나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브릭을 통한 생명과학자들의 노력은 진실규명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 한국 생명과학계가 자체적인 검증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이번 사태는 한국과학계에는 타격이겠지만, 황 교수의 연구활동에 대한 오류를 속속 지적한 젊은 과학도들에게는 일종의 승리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화방송>과 <프레시안>의 적극적 보도도 핵심적 역할을 했지만, 황 교수를 실질적으로 쓰러뜨린 거의 모든 비판은 젊은 과학도들이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에서 먼저 나왔다”고 브릭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남홍길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브릭을 통해 우리 과학계가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이것이 불행 중에 보여준 한국 과학의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 자체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과학이 추구하는 진실성, 사실성, 비판성이 사회문화가 될 때 사회는 한층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브릭을 통한 젊은 연구자들이 과학의 건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남홍길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브릭을 통해 우리 과학계가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이것이 불행 중에 보여준 한국 과학의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 자체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과학이 추구하는 진실성, 사실성, 비판성이 사회문화가 될 때 사회는 한층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브릭을 통한 젊은 연구자들이 과학의 건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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