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의 사이언스온] ‘고곤충학 박사 1호’ 남기수 교사
‘고곤충학 박사 1호’인 남기수 교사는 수집한 돌을 학교 실험실에서 정교하게 자르고 쪼개고 갈아, 보기 좋게 화석 표본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오른쪽 맨위는 야외에서 화석 탐사 활동을 하는 모습, 가운데는 작업용 망치로 두들겨 암석을 결대로 뜯어내는 작업을 하는 모습. 맨아래는 수천 개 표본들을 상자에 담아 쌓아놓은 모습. 오철우 기자, 남기수 교사 제공
?한반도에서 발견된 주요한 곤충과 거미 화석. 맨위부터, 섬세한 날개 무늬가 살아 있는 중생대의 전기 백악기인 약 1억년 전 잠자리 날개 화석, 2억년 전 중생대 지층에서 날개맥이 또렷한 형태로 발견된 매미 날개 화석, 그리고 그동안 개미 화석이 국내에선 발견되지 않다가 처음 발견된 날개 달린 여왕개미 화석. 맨아래는 중생대의 진주 지층에서 발견된 1억년 전 거미 화석. 남기수 교사 제공
낚시꾼이 손맛에 빠지듯 탐사 몰두 대전과학고 다산관 7층 작은 실험실
한국 곤충 화석 가장 많아 국내외 학술지에 10여 편 논문 발표
매미 거미 등 신종도 발견 중·신생대 원시곤충 지금 모습 그대로
날개맥은 종 추적해 식별하는 ‘지문‘ 딱정벌레, 바퀴벌레 화석 가장 많아
잠자리 메뚜기 벌 모기 등 다양 고생대 곤충 화석은 아직 못 찾아
나비 화석 등 숙제 여전히 많아 그 긴 시간 동안 별 변화 없이 적응 곤충 화석 연구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날개 무늬다. 남 교사는 “날개맥은 화석 곤충의 종을 식별해주는 열쇠”라고 말했다. 굵은 주맥과 가느다란 세맥이 어떤 패턴으로 뻗어 있는지가 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파리의 날개는 상당히 단순한 무늬를 지니고 벌의 날개는 주맥과 횡맥이 구분되지 않은 채 마치 방 구조처럼 이뤄진 무늬를 보여준다. 날개맥은 곤충 종을 추적하며 식별하게 해주는 일종의 ‘지문’인 셈이다. 그가 찾아낸 다양한 화석 곤충들 중에 기이한 것도 있을까? 고생대 화석에선 날개가 무려 70~80㎝나 되고 몸통도 30~40㎝나 되는 거대 곤충들이 발굴되기에, 그의 표본들에서도 신기한 곤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히 기대가 생겨난다. 그의 설명은 그런 기대를 앗아갔지만 다른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글쎄요. 거대하고 기이하게 생긴 곤충들은 고생대 화석에서 출토되는데, 고생대 말에 ‘생물 대멸종’이 있었지요. 이후 시대의 곤충 화석들은 지금 곤충과 생김새가 비슷해요. 금세 알아볼 정도니까요. 국내에도 강원 태백에 고생대 지층이 있지만 아직 고생대 곤충 화석은 찾지 못했고요.” 그가 보여주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벌 화석의 모습은 영락없이 지금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중생대와 신생대, 그러니까 1억년, 2억년 전이나 수천만년 전의 곤충이 지금 곤충과 비슷한 모습을 지녔다는 것은 사실 신기한 일이기도 했다. 얼마 전 현생 인류의 30만년 전 유골이 발굴돼 떠들썩한 뉴스가 됐는데 이런 인류의 30만년 역사와 비교하면, 길게는 수억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곤충의 모습에 이토록 변화가 적었음은 이례적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환경이 달라져도 작은 곤충들은 별 변화 없이 그대로 적응해 살아왔다는 걸 생각하면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고 풀이했다. 그 당시 육상 생태계 이해 지름길 한번 야외 탐사에 나가서 “어떤 땐 허탕을 치지만 운좋은 날엔 40~50점씩” 곤충, 식물, 어류 등 갖가지 화석을 수집해왔지만, 그는 자신의 화석 정보만으로 당시 환경을 상상하기엔 섣부르다고 말한다. 땅은 넓고 그가 탐사한 곳은 일부다. 그래서 풀어야 할 물음은 여전히 많다. 고생대 지층은 한반도에도 있는데 왜 고생대 곤충 화석만은 발견되지 않았을까? 고생대 지층이 있는 강원 태백 지역은 그에게 새롭게 도전할 개척지인 셈이다. 그는 “그동안 본 화석 곤충들과 아주 다른 새로운 고생대 곤충 화석을 언젠가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귀하다는 나비 화석이 국내에서 발견될지도 관심사다. 원시 곤충을 품은 호박 화석을 찾는 것도 그에겐 숙제다. 포항 지역은 호박 발견의 후보지다. “포항의 신생대 지층엔 고식물이 무성했으며 화산 활동도 잦았다고 알려지는데 그 덕분에 이곳엔 곤충과 송진이 많았을 것이고 송진이 화산재에 묻혀 보존될 가능성도 높기에, 호박 화석이 발견된다면 포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국내에도 소수의 화석 곤충 연구자들이 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나방 화석을 연구했고 지금은 국내에서 중생대 화석 곤충 연구를 하고 있는 손재천 목포대 연구교수는 “최근 고생물학의 흐름이 ‘어떤 생물이 존재했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았는가’에 쏠리고 있다”며 “생물량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곤충의 화석 연구는 고생물 시대의 육상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주제”라고 말했다. 대전/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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