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은하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 중 하나로 여겨지면서 최근 많은 관측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밝혀야 할 많은 수수께끼를 지니고 있다.
■ 태양질량의 100억 배까지
블랙홀은 엄청나게 강한 중력 때문에 어떠한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이다. 흔히 거대한 별(항성)이 자기 중력을 견디지 못해 급속히 붕괴해 생성되는데, 우주 초기엔 이와 다른 경로로 생성됐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만~100억 배에 달한다. 물질이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지대를 ‘사건지평선’이라 부른다. 사건지평선에선 대부분의 물질이 블랙홀에 빠져들지만 일부는 에너지로 변환해 ‘제트’로 분출된다.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물질과 에너지는 은하 전반에 영향을 주는데, 초대형 블랙홀의 경우엔 그 영향이 백만 광년 넘게도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빛의 속도로 회전하기도
“블랙홀은 매우 빠르게, 때로는 빛의 속도로 회전을 하기도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할 때 팔을 오므리면 속도가 빨라지듯이, 회전하던 거대 천체가 매우 작은 공간으로 급속 붕괴할 때 엄청나게 빠른 회전력을 얻습니다. 이런 회전 블랙홀 주변에서는 광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데 이때에 독특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물론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도 있어요.”(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 은하 전체 질량의 0.2%
“그동안의 블랙홀 관측 데이터를 종합하면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은하 전체 질량의 0.2%로 늘 일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은하 규모가 크건 작건 블랙홀 질량과 그 비율이 ‘1000 대 2’로 대체로 유지된다는 거죠. 특히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0.2%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요? 흥미로운 숫자입니다.”(우종학 서울대 교수·천문학)
■ 가장 어둡지만 가장 밝기도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들이는 우주에서 가장 어두운 천체로 꼽힙니다. 그렇지만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밝게 에너지를 내뿜는 천체도 또한 블랙홀입니다.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들어갈 때 사건지평선 지대에서는 엄청난 물질 마찰과 격동이 있고 블랙홀의 회전 에너지까지 더해져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은하 전체에서 나오는 빛보다 더 밝은 빛이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빛나는 블랙홀’이란 표현도 사실 맞는 셈이지요.”(손봉원 연구원)
■ 언제나 배가 고프다
“흔히 블랙홀은 언제나 배고프다,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블랙홀의 질량에 한계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계속 물질을 빨아들이죠. 흥미로운 건 현재 우리은하 근처에서 가장 큰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100억배 규모라는 겁니다. 블랙홀 질량이 2배 되는 데 걸리는 긴 시간을 역산하면 이 블랙홀은 우주 초기에도 존재했다고 계산되지요. 그렇다면 우주 최초의 블랙홀은 거대 항성의 붕괴에서 비롯한 게 아닐 수도 있지요.”(우종학 교수)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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