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10년 안에 1800만명 넘는 사람이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다는 정부기관의 첫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기술에 따른 일자리 잠식 효과가 관리직 등 고소득층보다 단순노무직 등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어, 양극화 문제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4차 산업혁명’을 맞기 위해 장밋빛 전망을 넘어서는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겨레>가 2일 입수한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각 직종에 대해 인공지능과 로봇의 기술적인 대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2025년 고용에 위협을 받는 이는 1800만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2560만명의 70%가 넘는다. 직군별로 보면 고소득 직종이 몰린 관리자군의 경우 대체율이 49%에 불과한 반면, 단순노무직군의 경우 90%가 넘었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한 영향 규모를 직접 추산한 국내 정부기관의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370여개 직업별로 대체율을 최고 1.00으로 놓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소원과 주방보조원이 1.00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직업으로 가장 많은 종사자 수를 가진 상점 판매원(144만명)이 받는 영향도 0.86이나 됐다. 반면 대체 영향이 적은 직종은 회계사(0.22), 기업 고위임원(0.32), 대학교수(0.37)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읽기, 쓰기와 같은 44개 기능별로 인공지능·로봇이 2025년까지 인간 대비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전문가에게 묻고, 각 직업별로 이런 기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비교해서 대체율을 구했다. 순전히 기술적인 대체율이기 때문에 기술의 도입 비용, 사회적 인식 등에 따라 실제 대체율은 낮을 수 있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대체 위협에 처할 근로자들 대부분이 취약 계층이므로 고용과 복지서비스가 통합된 대책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정부의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효과는 460조원”이라고 홍보한 반면, 일자리 대책은 유연근무제 강화와 6천명 규모의 재취업 교육 등에 그쳤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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