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손 착시 실험'의 방식. 고무손을 눈앞에 두고 진짜 손은 눈에 보이지 않게 가리고서 동시에 같은 자극을 준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고무손 착시’라 불리는 착시 실험이 있다. 진짜처럼 만든 고무손을 실험 참가자의 눈앞에다 놓는다. 그의 진짜 손은 눈에 보이지 않게 무언가로 가린다. 그러고서 동시에 진짜 손과 고무손에 같은 자극을 주면 실험 참가자는 눈앞의 고무손이 마치 자기 몸 일부인 듯 착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 몸을 어떻게 내 것으로 인식하느냐를 살피려는 실험기법으로, 인터넷에선 여러 실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최근 고무손 착시와 관련한 새로운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 등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의 뇌가 실험 도중에 자신의 진짜 손으로 보내는 운동신호를 측정했더니 마치 제 몸이 아닌 듯이 그 신호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공개형 학술지 <이-라이프>에 최근 실렸다.
연구팀은 이미 잘 알려진 고무손 착시 실험을 진행하면서 실험 참가자의 진짜 손에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전기적인 신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근전도 검사(EMG)로 측정했다. 그랬더니 가짜 손을 제 몸의 일부로 착각한 실험 참가자에선 진짜 손으로 전달되는 뇌의 운동신호가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뇌가 자기 손에 보내는 운동신호가 급감한 것은 고무손 착시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눈앞의 고무손을 진짜 손으로, 가려진 진짜 손을 제 몸에서 분리된 무엇처럼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리학적 증거라고 연구진은 풀이했다. 뇌의 내 몸 인식과 관련한 기존 연구들에선 뇌의 특정 기능이 손상될 때 자기 손발을 제 몸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보고돼 왔다. 이번 연구는 뇌의 제 몸 인식과 운동시스템이 서로 밀접히 연관된 것임을 보여준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