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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지진 전파체계 ‘3대 루트’ 먹통…문자경보 청와대에도 안가

등록 2016-09-21 19:04수정 2016-09-21 22:22

방송사 지진 자막송출시스템 오류
평균 7분 뒤 보도…MBC 18분 늦어
3G폰 먹통…안전처 누리집도 다운
문자경보 1851건 발송…성공 12건뿐
당정 “기상청서 재난문자 담당” 논의
#ㄱ씨는 쓰러지는 건물 밑에서 의아했다. 조금 전 땅이 흔들린다고 느꼈지만 본인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텔레비전에서는 평소와 같은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비록 구식이지만 문제없이 잘 터지는 휴대전화에서도 재난 문자 경보가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사물이 연결된다고 떠드는 시대에 이렇게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고 지진에 꼼짝없이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역대 최강의 경주지진이 발생했을 때 텔레비전·휴대폰·인터넷 등 정보전파 체계에 모두 구멍이 뚫리는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유승희 의원(더민주)은 21일 “경주지진이 벌어졌을 때 텔레비전을 통한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란 지진 발생 때 각 방송사가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재난 문구를 별다른 작업 필요 없이 10초 이내에 내보낼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을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12월 10개 주요 방송사에 이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였다고 홍보했다. 10개 방송사에는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 등 기존 공중파를 비롯해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선 시스템은 먹통이었다. 유 의원은 “방통위는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잡고 자막 송출을 위해 여러 확인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찌감치 마련한 대비책이 정작 실전에선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방송사들의 지진 보도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방송발전기본법을 보면 “법에 규정된 방송사업자들은 재난 발생 시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유 의원실이 조사해보니 기상청 지진속보 발표 뒤 10개 방송사는 평균 7분 뒤에나 정보를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심한 문화방송의 경우 18분이나 뒤졌다.

2015년 1월 기상청이 마련한 재난조기경보시스템에 따라 지진 발생시 자동적으로 발송하게 프로그램화돼 있는 문자경보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1851건이 발송됐으나 성공한 경우는 12건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자 발송이 실패한 곳에는 청와대는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국민안전처, 국방부, 공군 등 주요 정부부처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며 “재난대응 시스템에 총체적 구멍이 뚫려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전체 국민 수보다 더 많이 보급된 휴대전화는 개인에게 가장 요긴한 정보전달 수단이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때 재난 문자방송서비스(재난문자)를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구멍이 뚫려 있다. 3세대(3G) 휴대전화의 경우 기술적 미비로 아예 재난 문자를 받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고용진 의원(더민주)은 이날 3G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국민이 119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에서도 이들은 재난정보 전달대상에서 배제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2009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4세대 엘티이 폰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3세대용 재난 문자 시스템 개발에 소홀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고 의원은 “정부는 대안으로 ‘안전디딤돌’ 앱을 깔면 된다고 하지만, 이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 6월 기준 176만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 회의에서는 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는 재난 문자 전파를 기상청이 맡는 방안이 거론됐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문자가) 현재는 기상청에서 안전처를 거쳐 국민에게 가는데, 기상청에서 바로 문자가 발송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상청 지진계에서 지진파가 감지되는 순간 자동으로 스마트폰 등 국민 개인 단말기에 알림이 가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앞서 이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이르면 지진 발생 10초 만에 경보가 전달된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전파도 허점 투성이였다. 국민안전처의 누리집은 지난 12일 지진에 이어 19일 규모 4.5 여진 때도 접속자가 몰리자 몇 시간 동안 다운됐다.

권오성 이경미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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