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환 교수, 1978년 이후 집계 분석
“대규모 지진 발생할 가능성 커져
일부 학자는 최대 규모 7.4까지 예측”
“대규모 지진 발생할 가능성 커져
일부 학자는 최대 규모 7.4까지 예측”
12일 밤 경북 경주 인근에서 1978년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온나라가 흔들렸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인근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컸다. 국내 지진 전문가인 오창환(사진)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를 통해 이번 지진의 원인과 의미, 우리가 해야 할 대처 등에 대해 알아봤다.
오 교수는 “78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 9번 중 3번이 올해 발생했고, 최대 규모인 5.8도 어제 발생했다. 국내에서 지진 가능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최대 규모 7.4 수준의 지진 가능성이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원전)는 최신의 것조차 내진설계가 최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전은 절대 지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지진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올 초 일본 구마모토 지진의 영향이 있나?
“연관이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 쪽으로부터 압축력을 받고 있다. 그 다음에 인도와 아시아 대륙이 충돌해서 히말라야가 생긴 것 때문에 서쪽으로부터도 힘을 받고 있다. 일본이나 인도는 힘의 축적이 빨리 일어나 지진이 빨리,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반도는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힘이 축적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일본에서도 최근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고 볼 수 있나?
“몇 년 전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올해에도 구마모토 지진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여기저기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지진을 인지할 수 있는 지진계가 많아서 실제로는 늘지 않았는데 많이 늘었다고 인지하는 것일 뿐이란 주장도 있다. 그것은 학계에서 논란거리다. 어쨌든 계측상으로 보면, 최근 여러 곳에서 지진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지진이 일부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라는 주장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크게 움직이면 금이 가게 된다. 그 금이 단층인데, 힘이 축적되어 있다가 움직일 만한 수준이 되면 움직이는 것이다. 지진이 한 번 나타나면 그게 결국 다 영향을 주게 된다. 다만 힘이 전파되는 속도의 문제다.”
-힘이 해소되지는 않을까?
“땅의 움직임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제 4기(현 인류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동안에 일어난 힘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4기에 움직였던 단층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 시기에 움직였던 단층은 그 주위의 힘이 변하지 않았으니까 계속 움직일 가능성 있고, 이걸 활성단층이라 한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이 활성단층 가능성이 높다는 양산단층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나?
“그렇다. 물론 한반도는 (진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주기가 길어서 우리가 태어나서 (지진을) 못 보고 죽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다. 지진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얘기할 수는 있다. 옛날부터 가지던 힘이 변한 게 없고, 400년 정도 지났으니까 다시 주기가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규모 5.0 이상 지진이 1978년 이후에 9번이 났다. 이번 두 번, 얼마 전 울산을 포함해 3번이 올해 발생했다. 게다가 어제의 것은 규모 5.8로 계측 이후 가장 큰 지진이었다. 이런 것을 종합했을 때 지진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 올 수 있다고 봐야 하나?
“경주·울산 지역에서는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1600년 중반에 성곽이 모두 무너지는 지진이 발생했다. 그 피해규모로 추정해볼 때 대략 지진 규모는 7.2에서 7.3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것을 고려해 학자들이 국내에서 가능한 최대 수준을 계산해봤는데, 여러 예측치 중 가장 높게 본 학자는 규모 7.4까지도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산단층은 주향이동 단층(수평으로 엇갈리는 단층)이라고 하던데, 함의는?
“우리나라의 활성단층은 대부분 주향이동 단층인데, 그런 것이 경상도 남동부 지역에 많이 분포해 있다. 역사적으로 여러 번 활동이 있었고, 한 번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한꺼번에 쭉 생기는 게 아니라, 어느 부분에는 단층이 생기고, 어느 부분은 아직 단층이 생기지 않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사실 한 번 터진 부분은 안전해진 거예요. 아직 (단층이) 안 간 부분에서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양산단층 동쪽에서 지진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번엔 서쪽에서 발생했다. 그 의미는?
“큰 의미는 없다. 아무래도 일본 쪽 영향이 커서 양산단층 동쪽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했던 것인데, 반대쪽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주향이동단층은 정단층·역단층과 비교해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있나?
“어느 단층이든 피해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다.”
-원자력발전소(원전)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원전은 절대 지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나라 원전은 과거에 지은 것은 규모 6.5 수준에 견딜 수 있게 지었고, 새로 지은 것 6.9~7.0 정도의 내진설계가 되어있을 뿐이다. 하짐나 아까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규모 7.4에 달한다. 규모 6과 7은 힘의 차이가 30배에 달한다. 7과 7.4의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400년 전에도 규모 7을 넘는 지진이 있었고, 지금도 가능성이 늘고 있다. 여기에 원전 시설을 더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원전이 몰려 있는 울산·부산에는 인구도 많고 산업시설도 굉장히 많아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원전이 터진 뒤 핵심 피해지역 외에는 주민들이 그냥 살고 있다. 암 발생률이 수 배 증가했는데도 그냥 산다. 어디 보낼 데가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부산·울산에서 문제가 되면 무슨 돈으로, 어디에 데려다 주겠나. 그런 상황이 최소 40~50년 더 갈 수도 있는데, 엄청난 비극이다. 도대체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면 원전을 지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원전을 수명도 30년이 아니라 60년으로 한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일이다. 이번 지진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울은 안전한가?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울도 안전하지 않다. 물론 역사자료 해석의 어려운 점이 있다. 서울 주변에 보고가 많기 때문이다. 가능성만으로 보면, 서울도 다른 지역보다는 안전하다고 말 할 수 없다. 연구가 안되었기 때문에 사실 대답이 힘든 면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연구비 투자가 인색하다.”
-어떤 연구가 필요한가?
“일본처럼 우리가 할 수는 없다. 다만, 우선순위는 정해야 한다. 암반이 있는 지반에서는 지진 피해도 적겠지만, 간척지 같은 매립토에서는 피해가 크다. 단단하지 않아서 많이 흔들린다. 그런 곳, 그 중에서도 학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건물을 조사해 조처를 취해둬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데, 몇 백년 간 안 일어났으니 주기상으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거기에 대한 대비를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그걸 위한 체계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국내 활성단층 보고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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