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미국의 정보기술 비평가 니컬러스 카가 여러 해 전 <애틀랜틱>에 글을 실어,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라는 도발적 문제제기를 했다. 카는 이후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인터넷과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방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담은 다양한 실험과 논문으로 뒷받침했다. 미국 에머리대학의 영문과 교수 마크 바우어라인은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책을 펴내, 최근의 대학생들이 독서와 사고를 하지 않아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 지적 탐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정보화 기술은 부모와 교사 세대보다 자녀와 학생 등 피교육 세대가 더 똑똑한 환경을 역사상 처음으로 가져왔다며 정보화 기술을 칭송하는 사람들이다. 궁금한 게 생기는 즉시 스마트폰에서 검색해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춘 대부분의 디지털 세대는 정보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고양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비만으로 말미암아 건강이 문제되는 경우가 증가하는 현상은 음식·식품산업과 연관성이 있고 연구에 따라 다양한 추론을 합리화할 수 있다. 식품 공급이 늘어날수록 또는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비만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자료로 입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식 공급이 비만을 가져오는 결정적 요소이니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탐식과 거식 등 극단적 방법이 문제일 뿐, 음식 자체는 생명활동에 필수적이다. 먹을 것이 넉넉해지고 구하기 쉬운 환경이 비만과 밀접한 상관성을 보여주는 현실은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 지식과 서비스의 활황으로 이어진다. ‘적당하게 먹고 운동하라’는 지극히 간단한 지식을 실제로 현대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우리들의 지식과 사고 작용에 끼친 영향도 음식과 건강의 관계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다. 지식과 정보가 늘어나고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사람을 멍청하게도 똑똑하게도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 닿는 거리에 늘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환경에서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의 영양적 분석만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도구보다 그걸 쓰는 사람의 태도와 습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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