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은 2024년 11월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한다. 나사 제공
더 나은 인공지능, 활발해지는 달 탐사, 쏟아지는 엑사급 슈퍼컴퓨터….
과학 분야 학술지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네이처가 2024년에 주목할 만한 과학계 활동 9가지를 선정해 소개했다.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역시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 들고 있는
인공지능이다.
올 한 해 인공지능 부문의 최고 스타는 미국의 오픈에이아이(AI)가 지난해 말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챗지피티’(ChatGPT)였다. 오픈에이아이가 챗지피티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지피티의 새로운 제품 지피티5를 내년 말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3월에 내놓은 지피티4보다 훨씬 나은 기능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네이처는 예상했다. 구글이 지피티4에 대응해 내놓은 제미나이가 이에 맞서 또 어떤 모델을 새로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연구자들에겐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최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다. 올해 단백질 구조뿐 아니라 단백질에 결합하는 분자 및 핵산까지도 원자 수준에서 예측할 수 있는 알파폴드를 내놓은 딥마인드는 내년에 또 다시 개량된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른 쪽에서는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 노력도 활발해진다. 최근 유럽연합이 2025년 발효를 목표로 인공지능 규제법안에 합의한 데 이어, 내년에는 유엔 인공지능 고위급 자문기구는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지침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2020년 달에서 암석과 흙을 채취해 갖고 돌아온 중국의 창어 5호의 착륙선과 상승선(윗부분) 상상도. 같은 임무를 띤 창어 6호도 구성이 같다. 중국 국가항천국 제공
달 탐사, 반세기만에 새 분기점
달 탐사도 내년에 새로운 분기점을 맞는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우주비행사가 직접 달 탐사에 나선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내년 11월 아르테미스 2호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워 달 궤도로 보낸다. 이들은 열흘간 달 궤도를 돈 뒤 지구로 돌아온다.
중국은 5월께 달 표본을 수집해 돌아올 창어 6호를 발사한다. 임무에 성공하면 중국은 달 뒷면에서 처음으로 암석과 흙을 가져오게 된다.
1~2월엔 미국의 2개 기업이 달 착륙선을 잇따라 발사한다. 성공 땐 달 탐사에서도 기업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구의 위성인 달을 넘어, 외행성의 위성을 탐사하는 임무도 주목을 끈다. 나사는 내년 10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할 우주선 클리퍼를 발사한다. 일본은 화성의 두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탐사할 엠엠엑스(MMX)를 내년 하반기 중 발사할 계획이다. 포보스의 표본을 수집해 2029년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퓨터인 미국 국립오크리지연구소의 프런티어. 국립오크리지연구소 제공
초당 100경번…엑사급 슈퍼컴 줄줄이
주요국들의
슈퍼컴퓨터 경쟁도 한 차원 더 높아진다.
초당 연산 횟수가 엑사(100경=1,000,000,000,000,000,000=10^18)에 이르는 엑사급 슈퍼컴퓨터가 줄지어 나온다. 현재 엑사급 슈퍼컴은 미 에너지부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
프런티어(Frontier)가 유일하다.
우선 새해 초 유럽 최초의 엑사급 슈퍼컴 주피터가 가동을 시작한다. 연구진은 사람의 심장과 뇌의 디지털 트윈 모델, 기후 시뮬레이션 등에 이용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2대의 엑사급 슈퍼컴이 추가로 나온다. 일리노이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오로라와 캘리포니아 로런스리버모아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이다. 오로라는 뇌의 신경회로 지도를 만들고, 엘 캐피탄은 실제 폭발 실험이 없이도 핵무기 비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핵무기 폭발을 시뮬레이션한다. 오크리지연구소는 이미 프런티어보다 3~5배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슈퍼컴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중국에도 엑사급 슈퍼컴퓨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능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슈퍼컴퓨터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내년에 일부 가동을 시작하는 칠레의 베라루빈 천문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질병 퇴치용 모기 생산 공장 가동
천문학계에선 두 대의
천체망원경이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다.
우선 내년 중반 완공되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시몬스천문대가 있다. 이 천문대는 138억년 전 빅뱅의 잔영인 원시 중력파 신호를 찾는 것이 목표다. 비슷한 임무를 띤 다른 망원경보다 10배 많은 5만개의 집광기가 장착된다.
내년 말엔 칠레의 베라루빈천문대가 일부 가동에 들어간다. 8.4m 망원경과 3200메가픽셀 카메라를 갖춘 이 천문대는 10년 동안 남반구의 하늘 전역을 샅샅이 훑어볼 예정이다.
브라질에선
전염병 퇴치에 쓰일 모기 생산 공장이 문을 연다. 전염 능력을 떨어뜨리는 특정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를 퍼뜨려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을 퇴치하려는 시도다. 비영리 조직인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이 내년부터 10년간 브라질 공장에서 이 모기를 연간 50억마리씩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의 브라질 공장에서 모기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WMP 제공
3가지 차세대 백신 시험 결과 등 주목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차세대 백신 시험의 결과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현재 3가지 백신 시험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가지는 비강 백신이며 나머지 한 가지는 메신지RNA 백신이다.
이밖에 액시온이라는 이름의 암흑 물질 입자를 탐지하기 위한 실험,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델에서 베일에 싸여 있는 중성미자의 정확한 질량을 측정하는 실험, 의식의 근원과 관련한 신경계에 대한 두번째 실험 등에 대한 결과도 기대된다.
인류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의 법적 의무를 제시하고, 이에 근거해 기후에 해를 끼친 국가에 대한 판결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처는 “법적 구속력은 없는 판결이지만 향후 각국이 기후 목표를 높이도록 압박할 수 있으며, 각 나라의 국내 소송에 인용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