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5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에 산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앨버타주 소방서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A. 그렇습니다. 그런데 올해 산불로 배출된 온실가스 양이 러시아(전세계 5위)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다고 하네요. 이런 맙소사.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 브라질은 최근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습지 브라질 판타나우에선 이달에만 무려 3천건이 넘는 산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국 내 온대림의 21%를 태우고 30억마리의 동물의 목숨과 서식지를 앗아간 최악의 산불이 일어난 데 이어, 올해도 인도네시아와 인도, 미국, 캐나다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대형 산불이 빈발하며, 한번에 100만헥타르(ha) 이상을 태운 산불을 뜻하는 ‘초대형 산불’이란 개념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초대형 산불이 나면 산림이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의 10배에 달하는 온실가스(헥타르당 약 70톤)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국(CAMS) 자료를 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산불로 20억2천만톤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됐습니다. 산불이 하나의 국가라면,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 인도에 이어 세계 4위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 셈입니다.
올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기록적 수준입니다. 지난 8월 코페
르니쿠스 대기감시국 집계를 보면, 올해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1310만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습니다. 캐나다에서 2016년과 2019년, 2020년, 2022년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의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한 것보다 넓습니다. 그리스 면적(1319만헥타르)과 비슷하고 한국의 1.3배에 달합니다. 캐나다엔 전 세계 숲의 약 10%가 존재하는데 지난 40년 동안 이 숲의 3분의 1이 화재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이들만 20만명 이상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6천만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의 여파로 지난 6월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록펠러센터에서 바라본 맨해튼 거리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환경연구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산불이 점점 더 광범위해지면서 20년 전의 거의 2배에 가까운 나무를 태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국의 산불 전문가 마크 패링턴은 이와 관련 “기후변화 때문에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온이 오르면 (대기가) 더 건조하고 뜨거워져 매우 크고 지속적인 산불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로 덥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조건이 지속되면, 땅과 식생이 건조해지고 숲은 가연성 연료로 변하게 됩니다.
문제는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빠져 있다는 겁니다. 산불은 땅에 나무와 풀의 형태로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과정입니다. 올해 캐나다 산불로 배출된 탄소량은 2억9천만톤에 이르는데 이 수치는 캐나다의 배출량으로 집계되지 않습니다. 캐나다가 잘못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꼽히는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 산불로 7억15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한국의 역대 최다 연간 배출량과 비슷합니다)됐지만 이 역시도 국가 배출 집계에선 빠졌습니다.
2023년 캐나다의 산불에 의한 탄소 배출량 일간 누적치(왼쪽)와 연간 총 산불 탄소 배출량.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국(CAMS)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각국의 배출량 집계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1996년에 만든 ‘온실가스 배출·흡수량 산정 지침’을 따르는데, 산불을 화산처럼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 자연 현상으로 보아 집계 대상에서 제외합니
다. 자연스런 탄소 순환의 일부로 본 것이죠. 숲이 타버려도, 훗날 다시 나무들이 자라나 대기의 탄소를 빨아들일 테니까요. 그래서 나무의 탄소 배출량은 불탈 때가 아니라 베어낼 때 흡수량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국가 통계에 반영합니다. 이 때문에 나무를 태우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로 전기를 만들면 배출량이 0이 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들이 그래서 석탄과 함께 바이오매스를 함께 태우는 ‘혼소’ 설비를 운영합니다.
문제는 기후가 변하면서 산불의 빈도와 규모가 ‘자연적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 활동과 무관했던 영역이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받게 된 겁니다. 불타는 숲은 더 이상 탄소 흡수원이 아닌, 배출원이 됩니다. 조엘 게르기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교수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쓴 ‘기후책’에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기상 조건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 변동성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커진 지역이 이미 전 세계 육지의 약 4분의 1(지중해 연안과 아마존 포함)을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 브라질 과학자 그룹은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산불 등 산림 황폐화를 국가 배출량 집계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4일 경북 울진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시까지 번지며 삼척 원덕읍 고적마을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삼척시 제공
한국에서도 최근 대형 산불이 잦습
니다. 2000년대 이후만 봐도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2017년 강원 강릉·삼척 산불, 2022년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등 횟수와 규모가 늘고 있습니다. 초봄 가뭄과 높은 기온, 강한 바람 때문입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열흘 간 1만6천여헥타르를 태워 150만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불은 예측도 어렵습니다. 게르기스 교수의 설명을 보면 “산불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기후와 날씨, 공간적 특성, 생태학적 과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이기에 “관측과 감시, 예측 자체가 어려우며, 따라서 예상치 못한 비선형적 경로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 불확실성이 더 늘어나는 것이죠. 어쩌면 산불은 인류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티핑포인트)을 이미 넘어섰는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