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성운 중심에 있는 사다리꼴성단의 북서쪽에서 초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뻗어나가는 우주 파편. 과학자들은 마치 고드름이 위로 솟구치는듯 하는 모양의 이 수소 분자운은 수백년 전 2개의 젊은별이 충돌하면서 분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고드름 모양 끝의 녹색은 철 성분 가스다. Mark McCaughrean & Sam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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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의 사냥꾼 오리온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리온 별자리에서 새로운 우주 이야기를 쏟아낼 천체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유럽우주국 천문학자들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관측을 통해 1350광년 거리의 오리온성운(M42 또는 NGC1976)에서 중심별 없이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150여개의 천체를 발견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42개는 쌍을 이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오리온별자리의 가운데 허리띠 아래쪽 검을 찬 자리에 위치해 있는 오리온성운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탄생 구역이다. 과학자들은 이 천체들에 점보(JUMBO)라는 별칭을 붙였다. 점보란 ‘목성 질량 쌍 천체들’(Jupiter Mass Binary Objects)의 줄임말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 장파장 필터로 찍은 오리온성운(M42). 전례 없는 감도로 가스, 먼지 및 분자를 보여준다. 오리온자리의 가운데 허리띠 아래쪽에 있는 오리온성운은 지구에서 1350광년 떨어져 있다. 맨눈으로 보면 희미한 얼룩처럼 보인다. 유럽우주국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근적외선카메라의 단파장 필터로 찍은 오리온성운. 전례 없는 고화질의 이 사진엔 2800여개의 어린 별이 포함돼 있다. Mark McCaughrean & Sam Pearson
제임스웹 근적외선카메라로 1주일 관측
이번 발견은 일주일간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 관측을 통해 얻은 약 3천개의 이미지 합성을 통해 이뤄졌다. 사진에는 태양 질량의 0.1배에서 40배에 이르는 2800여개의 어린 별들도 포함돼 있다.
유럽우주국의 사무엘 피어슨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행성과 별 형성 이론에 따르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천체”라고 말했다.
별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우주먼지와 가스 구름이 중력의 힘에 의해 점차 합쳐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물질의 밀도가 높아지다 어느 순간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별이 만들어진다. 물질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선 좀 더 작은 규모의 중수소 핵융합 일어나 갈색 왜성을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갈색 왜성을 ‘실패한 별’이라고도 부른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새로 발견한 점보 천체들 중 5개의 광원. 과학자들은 목성 질량의 몇배에 이르는, 젊고 뜨거운 천체일 것으로 추정한다. Mark McCaughrean & Sam Pearson
질량은 목성, 온도는 1000도
이번에 발견한 천체는 이보다도 밀도가 낮은 기체 덩어리다. 갈색 왜성은 목성 질량의 최대 13배에 이르지만, 새로 발견한 천체들의 질량은 목성의 절반, 기껏해야 목성 정도이며, 온도는 약 1000도에 이른다. 천체들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약 200배이며 2만년 이상의 주기로 서로를 공전한다.
피어슨 박사는 먼지와 가스 구름이 스스로 직접 이런 천체를 형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더구나 쌍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별과 같은 중력 붕괴를 통해 형성되는 천체의 하한선은 목성 질량의 약 3~7배다.
별 주위를 돌다 성간 우주로 방출된 듯
연구진은 이 천체들이 왜 별의 품 속이 아닌 성간 떠돌이 천체가 됐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단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별을 생성할 만큼 물질의 밀도가 높지 않은 구역에서 탄생한 천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별 주위를 돌던 행성이 다른 행성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별 바깥의 성간 우주로 방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자리에서 오리온성운은 허리띠(Belt) 아래쪽 검(Sword)의 자리에 있다. 네모 안의 작은 네모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으로 관측한 영역이다.
연구를 이끈 마크 매코그레인(Mark McCaughrean) 유럽우주국 수석과학고문은 현재로선 ‘방출 가설’이 더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그렇게 많은 쌍을 이루고 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매코그레인 박사는 ‘비비시’에 “어떻게 쌍으로 방출됐을지에 대해 우리가 당장 제시할 답은 없다”며 “이는 이론가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