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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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이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LK-99 이야기입니다. 그러자 일부에선 ‘빈 살만이 한국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게 될 거다’, ‘기후 위기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기대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덩달아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의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LK-99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국외 과학자들의 반박이 잇따랐는데요. LK-99는 정말 상온 초전도체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연구진이 거짓말을 한 걸까요? 박용섭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LK-99, 진짜 상온 초전도체인가요?
박용섭 교수: 상온 초전도체라고 증명이 된 것 같진 않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 물질을 순수하게 정제해낼 수 있을지 모르는 데다가, 정제를 해내더라도 그게 초전도체일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물이 수증기가 되는 100도씨처럼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갑자기 저항이 0이 되어야 하는데, 논문 데이터에선 그런 그래프를 보여주지 않아요. 오히려 초전도체가 아닌 일부 물질들이 보이는 형태를 나타내죠. 초전도체는 100년 이상 연구됐어요. 어떤 특성을 보여야 하는지 합의가 됐는데요. 그런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저한텐 초전도체가 아닌 걸로 보여요.
[The 2] 연구진은 왜 논문 데이터를 아카이브에 올렸을까요?
박용섭 교수: 아카이브는 누구나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기엔 영구기관(에너지 공급 없이 영원히 움직이는 상상 속 기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아카이브가 필요 없단 건 아니에요. 경쟁이 치열한 주제에 대해서 자기가 이 발견을 먼저 했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아카이브에 먼저 올리기도 해요. 그다음에 시간을 들여서 학술지에 투고해 동료 학자의 검증을 받고 게재하는 거죠.
(LK-99) 연구진 내에서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이게 진짜 상온 초전도체면 노벨상감이잖아요.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욕망이 충돌했을 수 있겠죠. 논문 두 개가 거의 동시에 올라왔는데, 논문 저자가 서로 다르잖아요. 내부에서 완전히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서로 학문적 우선권을 주장하려다 보니, 덜 익은 상태로 게재한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이 LK-99란 기후위기 해결책을 냈다는 의미의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The 3] 국내 학회가 검증한다는데, 결론이 나오면 논란이 끝날까요?
박용섭 교수: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만 신뢰받은 연구자들이 모여서 내린 결론이니 많은 분이 믿어주시리라 기대할 뿐이죠.
‘그래도 LK-99는 상온 초전도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을 거예요. 정명석, 허경영, 황우석을 여전히 믿는 사람도 있잖아요.
‘지구가 평평하다’, ‘아폴로11호가 달에 안 갔다’고 믿는 사람도 있는 판에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끝까지 믿는 사람이 없겠어요?
[The 4] 연구진이 황우석처럼 사기를 친 건 아닐까요?
박용섭 교수: 연구에서 사기라면 황우석처럼 데이터를 조작하는 걸 말해요. (이번 연구진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데이터를 예쁘게 그리진 않았어요. 사기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오히려 착각이나 욕심이 앞선 건 아닌가 싶어요. 연구진이 초전도 연구에 충분한 경험이 없어서, 실험 결과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단 거죠. 지나친 확신을 가졌거나요. 물론 제 추측이고 실상은 알 수 없지만요.
[The 5] 교수님 지인이 초전도체 테마주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박용섭 교수: 하지 말라고 말려야죠. 이번에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회사 중에 서남이라고 있어요. 2019년부터 액체 질소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송전선을 1~2㎞ 길이로 시험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LK-99가 진짜 상온 초전도체면 이 회사는 망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주가가 올라요.
LK-99가 아닌 상온 초전도체 물질이 실제로 발견됐다고 해도 실생활에 적용할 수준까지 가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요. 유튜브 같은 데 나와서
LK-99 가지고 떼돈 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초전도체 테마주를 미리 사놓고, 개미 투자자들한테 비싸게 팔고 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The 5]에 다 담지 못한 상온 초전도체의 원리, LK-99에 대한 국제 학계의 평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하는 세 가지 과학적 이유를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