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분광계 및 광도계(NISP, 900~2000㎚)로 찍은 사진. 노출 시간은 100초. 본격 관측 활동 때엔 약 5배 더 오래 노출시켜 더 멀리 떨어진 은하까지 포착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인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을 밝혀내는 임무를 띠고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이 첫 시운전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7월1일 지구를 출발한 유클리드망원경은 약 한 달 만에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 떨어진 관측지점에 도달했다. 달보다 약 4배 더 먼 거리의 이 우주공간은 제2라그랑주점(L2)으로 불린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며 관측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도 이 궤도에서 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유클리드망원경이 관측지점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탑재된 카메라를 켜고 보정 작업을 벌여왔다.
카메라는 두대다. 하나는 은하의 모양을 관측하는 6억 화소의 가시광선 카메라(VIS), 다른 하나는 은하의 밝기와 적색편이값을 통해 거리를 측정하는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다.
근적외선 장비로 측정한 거리 정보를 가시광선 카메라로 측정한 은하 모양과 결합하면 은하가 우주 전체에 걸쳐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입체적인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은 이 입체 분포도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의 가시광선 카메라(VIS, 550~900 nm)로 찍은 사진. 사진 속에 담긴 하늘 영역은 보름달의 크기의 약 4분의 1이다. 노출 시간은 566초. 유럽우주국 제공
6년간 하늘의 3분의 1 영역 관측
유클리드망원경이 보낸 첫 사진은 적외선과 가시광선으로 촬영한 우주를 모두 보여준다. 사진에 담긴 영역은 보름달 크기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시운전용 사진이지만 이미 나선 은하와 타원 은하, 별, 성단 등 갖가지 형태의 우주 천체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시광선 카메라는 시야각이 허블의 200배로, 한 번에 보름달 2배 크기의 하늘 영역을 허블과 같은 해상도로 촬영한다. 허블이 25년 동안 관측한 범위의 하늘을 단 이틀 만에 들여다본다. 분광계·광도계는 3개의 근적외선 파장대역에서 15억개 은하의 밝기와 모양을 측정한다.
유클리드가 앞으로 6년 동안 관측하게 될 영역은 전체 하늘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는 이 사진보다 30만배 더 큰 면적이다.
유클리드 프로젝트 매니저인 주세페 라카는 성명에서 “이번 사진은 최소한의 시스템 조정을 거쳐 촬영한 은하계”라며 “앞으로 보정 작업을 다 끝내고 나면 최종적으로 수십억개의 은하계를 촬영하면서 역대 가장 큰 우주 시공간 지도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은 보정작업이 끝나기까지는 앞으로 몇달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에서 관측 활동을 하는 유클리드우주망원경 상상도. 무게 2.1톤, 높이 4.7m, 지름 3.7m다. 유럽우주국 제공
암흑물질·에너지에 대한 정보 기대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는 5%의 물질과 27%의 암흑 물질, 68%의 암흑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물질을 제외한 두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암흑 물질은 빛을 방출하거나 반사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체 질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력과 비슷한 효과로 은하들을 모아주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유럽우주국의 요제프 아슈바허 국장은 “유클리드망원경을 통해 현재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우주의 95%에 대해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유클리드우주망원경은 유럽우주국이 10여년에 걸쳐 14억유로(약 2조원)를 들여 개발한 대형 우주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