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왼쪽 위), 두번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오른쪽 위), 그리고 미국의 첫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 (아래). 복제품 사진의 크기를 실제 발사된 인공위성의 크기 비율에 맞춰 재조정했다. 1957년 10월4일에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의 질량은 83.6kg, 1957년 11월 6일에 발사한 스푸트니크 2호의 질량은 508.3kg, 1958년 2월1일에 발사한 익스플로러 1호의 질량은 14kg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본격적인 우주탐사의 첫 신호탄은 1957년 10월4일에 발사된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Спутник-1)였다. 단순히 우주가 시작되는 높이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높이에서 로켓 추진 없이도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올려놓았다. 스푸트니크 1호의 질량은 83.6kg으로 지금 기준으로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인공위성이었다.[1] 30일 후인 11월3일에 발사된 두 번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는 질량이 500kg을 넘었고 살아있는 개를 싣고 올라갔다. 소련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획득했음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이에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스푸트니크 충격’의 시작이었다.
미국은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지 약 2달 후인 1957년 12월6일 1.5kg에 불과한 뱅가드(Vanguard-1A) 위성을 실은 로켓 발사를 시도했지만, 1m를 올라간 후 폭발하면서 실패했다. 이로부터 약 2달 후인 1958년 2월1일에 발사된 14kg의 익스플로러 1호(Explorer-1)를 인공위성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3]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보다 4개월 늦은 미국의 첫 인공위성이었다. 4일 후인 2월5일 발사된 두 번째 뱅가드(Vanguard-1B) 위성과 한 달 후인 3월5일 발사된 익스플로러 2호(Explorer-2)는 인공위성이 되는 데 실패했고, 3월17일과 26일에 발사된 세 번째 뱅가드 위성(Vanguard-1C)과 익스플로러 3호는 성공적으로 인공위성 궤도에 올랐다.
대한민국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경우 1차 발사와 2차 발사 사이의 시차는 8개월이었고 2차 발사와 3차 발사 사이의 시차는 11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당시 한 달 또는 그보다 짧은 시차를 두고 계속해서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미국과 소련 간의 인공위성 발사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독일의 V-2 로켓에서 스푸트니크 1호 이전까지의 우주비행은 우주가 시작된다고 보는 100km를 넘는 높이에 도달했다가 바로 지상으로 돌아오는 탄도 우주비행 방식이었다. 요즘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 제공하는 우주여행 상품의 비행방식과 비슷하다. 블루오리진 우주여행에서의 최대 속도는 초속 1km 정도이다.[4] 반면, 인공위성은 로켓 추진없이 지구 주위를 계속 도는 궤도 우주비행을 하는데, 그럴려면 초속 8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야 한다. 훨씬 더 강력한 로켓이 필요하다.
로켓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의 하나로 중력이 없는 진공에서 로켓이 낼 수 있는 속도인 속도증분(delta-v)이라는 수치가 있다. 로켓 전체의 질량과 연료의 질량, 그리고 로켓의 연료분사속도를 치올콥스키의 로켓방정식에 넣어 계산할 수 있는 수치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경우 중력과 공기저항이 속도 증가를 방해하기 때문에, 로켓의 속도증분은 인공위성의 최종 속도보다 충분히 더 커야 한다. 250km 상공의 저궤도를 초속 7.76km로 공전하는 인공위성을 올리려면 속도증분이 초속 9.3km 이상인 로켓이 필요하다.[5] 여기에 더해 인공위성의 질량이 클수록 발사체의 크기도 더 크고 강력해야 한다.
그림 2. 250km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려면 초속 9.3km이상의 속도증분이 필요하다. 이후 지구 중력을 벗어나려면 추가로 초속 3.31km의 속도증분이 필요하다. 시각적으로 잘 보이도록 그림 속의 공전궤도는 실제의 높이보다 더 과장되게 그렸다.
지구 중력을 먼저 탈출하기 위한 경쟁
지구 중력을 거슬러 올라간 인공위성도 지구 중력에 갇혀 지구 주위를 돌 뿐 지구 중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원 모양의 지구 저궤도를 도는 궤도를 도는 속도보다 1.414배 이상 더 큰 속도를 내야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다. ‘지구 중력 탈출속도’라고 불리는 속도이다. 250km 고도의 우주에서 지구 중력을 벗어나려면 초속 10.97km 이상의 속도를 내야 한다. 이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선의 공전 속도가 초속 7.76km이므로, 추가로 초속 3.31km 이상의 속도를 더 내야 지구 중력 탈출속도에 도달해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중력이 도달하는 거리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무한대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속도를 내서 지구와 달에서 충분히 먼 위치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지구와 달의 중력에 비해 태양의 중력이 훨씬 커지는 위치에 도달하면서, 실질적으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난 위치가 된다.
지구 중력을 처음으로 벗어난 우주선도 소련의 차지였다. 달에 부딪칠 목적으로 1959년 1월2일에 발사한 루나 1호(Luna 1)는 발사할 때의 오류로 인해 달에 부딪치지 못하고 달에서 5995km 떨어진 곳을 지나갔다.[6] 달에 부딪친다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태양 주위를 도는 최초의 인공행성이 되었다. 달에 부딪힌 첫 우주선은 같은해 9월12일에 발사한 소련의 루나 2호였다.[7] 21일 후인 10월3일에 발사된 루나 3호는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 뒷면을 돌아 지구에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통해 지구와 가깝게는 500km, 멀게는 50만km 떨어진 긴 타원 궤도를 돌았다.[8]
미국도 소련이 루나 1호를 발사한 지 2달 후인 3월3일 파이오니어 4호를 발사해 달에서 약 6만km 떨어진 곳을 지나 지구 중력을 벗어났다.[9] 주목할 점은 우주선의 질량이다. 루나 1호의 질량은 361kg이었던 반면, 파이오니어 4호의 질량은 6.1kg으로 루나 1호의 60분의 1에 불과했다. 우주선의 최종 질량이 클수록 발사체도 더 강력해야 함을 고려하면, 당시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우주경쟁에서도 소련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지구 중력을 처음 벗어난 소련의 루나 1호 (노란색), 두번째로 벗어난 미국의 파이오니어 4호(초록색), 그리고 달에 처음으로 충돌한 루나 2호(주황색) (우주선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최초의 동물 우주 왕복비행도 소련
지구 중력을 벗어난 먼 우주까지 갈 수 있을 만큼 로켓의 성능이 올라갔고, 동물 탑승을 통한 우주비행 경험이 쌓이면서 인간이 직접 우주에 갈 수 있는 기술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두 마리의 개와 여러 마리의 쥐를 싣고 1960년 8월19일에 발사된 스푸트니크 5호는 27시간 동안 지구 주위를 17바퀴 돌고 지구에 귀환했다.[10] 동물이 궤도 우주비행을 한 후 무사히 귀환한 최초의 사례이다.
궤도 우주비행을 마친 귀환 모듈은 대기권에 진입해 초속 8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대기의 공기저항으로 줄인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귀환 모듈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고, 이 열에너지는 귀환 모듈을 섭씨 1500도에 이르는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한다.[11] 탑승한 동물들이 귀환했다는 것은 귀환 모듈이 이 높은 온도를 잘 견디고 지상에 무사히 착륙하는 기술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탑승한 우주인의 무사 귀환이 최우선시되어야 하는 유인 우주비행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우주선은 소련의 보스토크 1호(Vostok-1; Восток-1)였다. 첫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Yuri Gagarin; 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을 태우고 1961년 4월12일에 발사된 보스토크 1호는 180km를 넘는 상공에서 초속 8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지구를 한 바퀴 돈 후 지상으로 귀환했다.[12] 요즘은 귀환 모듈에 우주인이 탑승한 상태로 지상이나 해상에 사뿐히 내려 앉지만, 보스토크 1호의 경우는 귀환 모듈이 지상에 도달하기 직전에 우주인을 귀환 모듈 밖으로 내보낸 다음 우주인은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려왔다. 발사에서 우주인 착륙까지 총 소요기간은 1시간 55분이었다.
미국의 첫 유인 우주비행 우주선은 머큐리-레드스톤 3호(Mercury-Redstone 3)였다.[13] 앨런 셰퍼드(Alan Shepard)를 태우고 보스토크 1호보다 23일 늦은 1961년 5월5일에 발사된 머큐리-레드스톤 3호는 187.5km 높이까지 올라간 후 하강해 해상에 착륙했다. 발사에서 착륙까지 총 15분22초가 걸렸다. 보스토크 1호는 초속 8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 우주비행을 했던 반면, 머큐리-레드스톤 3호는 최고 속도가 초속 2.3km로 단순히 우주에 올라갔다 바로 내려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탄도 우주비행을 했다. 같은해 7월21일에 발사된 미국의 두 번째 유인 우주선 머큐리-레드스톤 4호의 비행도 탄도 우주비행이었다.[14]
그림 4. 위: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왼쪽), 가가린이 타고 돌아온 귀환 모듈(가운데)과 보스토크 1호 발사 장면(오른쪽). 가운데: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한 소련의 보스토크 1호의 비행 궤적(빨간색 선)과 미국의 첫 유인 우주비행을 한 머큐리-레드스톤 3호의 비행궤적(미국 플로리다 동쪽의 파란색 선). 아래: 미국 최초의 우주인 앨런 셰퍼드(왼쪽)와 머큐리-레드스톤 3호 발사 장면(오른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 항공우주국
한편, 1961년 8월6일에 발사된 보스토크 2호는 25시간 동안 지구 주위를 17번 돌고 지상으로 귀환했다. 네번째 유인 우주비행이자 두번째 유인 궤도 우주비행이었다.
유인 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첫 우주선은 머큐리-아틀라스 6호(Mercury-Atlas 6)였다.[15] 1962년 2월20일에 발사되어 지구를 3바퀴 돈 후 거의 5시간 후에 해상에 착륙했다. 소련의 보스토크 1호보다 10개월 늦은 시점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소련은 우주경쟁에서 수개월 차이로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다음 편에는 초기 금성과 화성 탐사와 통신위성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
[1] Sputnik 1 Information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57-001B
[2] “Sputnik 2 - Spacecraft - the NSSDCA - NAS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57-002A
[3] “Explorer 1 Overview”, NASA, https://www.nasa.gov/mission_pages/explorer/explorer-overview.html
[4] “Blue Origin a year away from crewed New Shepard flights”, Jeff Foust, SPACENEWS, 2017년 12월 19일,https://spacenews.com/blue-origin-a-year-away-from-crewed-new-shepard-flights/
[5] “Delta-v budget”,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elta-v_budget
[6] “Luna 1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59-012A
[7] “Luna 2 - NASA - NSSDCA - Spacecraft - Details”,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59-014A
[8] “Luna 3”,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Luna_3
[9] “Pioneer 4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59-013A
[10] “Sputnik 5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60-011A
[11] “Returning from Space: Re-entry”, Federal Aviation Adminstration, https://www.faa.gov/sites/faa.gov/files/about/office_org/headquarters_offices/avs/III.4.1.7_Returning_from_Space.pdf
[12] “Vostok 1”,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Vostok_1
[13] “Mercury-Redstone 3 (Freedom 7)”, NASA, https://www.nasa.gov/mission_pages/mercury/missions/freedom7.html
[14] “Mercury-Redstone 4 (19)”, NASA, https://www.nasa.gov/mission_pages/mercury/missions/libertybell7.html
[15] “Vostok 2 - Spacecraft - the NSSDCA”, NASA, https://nssdc.gsfc.nasa.gov/nmc/spacecraft/display.action?id=1961-019A
[16] “Mercury-Atlas 6”, NASA, https://www.nasa.gov/mission_pages/mercury/missions/friendship7.html